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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8/13] ‘정무적 고려’가 아니라 진짜 ‘일’을 해야 한다 2024-04-17 01:34:40
지금 당청 지지율 하락은 큰 틀에서 보면 정상적이고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지지율 하락의 이유로 지목되는 것들은 두 달 째 동일하다. 게다가 분위기 변화의 조짐도 잘 안 보인다. 본질적인 ‘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무능’ 프레임은 신뢰 저하로 직결된다. ‘착함 vs 나쁨’, ‘정의 vs 불의’ 프레임은 지속되기 어렵다. 거기에 매달리면 매달릴수록 ‘유능 vs 무능’ 프레임이 부각될 것이다. 전자는 상대평가지만 후자는 절대평가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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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것 붙들고 힘 빼고 있는 여러 사례들

 

 당청 지지율 하락에 대해 여러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민생 문제 때문이다”는 주장은 워낙에 포괄적이기 때문에 틀리기도 어렵다. ‘규제완화 때문에 전통적 지지층(진보층)이 떨어져나가고 최저임금 때문에 보수층이 떨어져나가고 있다’는 구체적 주장도 일리가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문제의 원인을 개별적 정책에서 찾으려한다면 올바른 해법을 도출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재 여권은 전반적으로 ‘일’을 제대로 못한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이것이 본질적 문제다. 인사부터 그렇다. 민정수석실의 월권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장 논란 등 도 점수를 깎아 먹는 요인이지만 내각이 제일 문제다. 총리가 개각을 시사한지 이미 몇 달이 지났다. 지금 모든 장관들이 일을 잘하고 있다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참 전부터 대다수의 사람들이 입을 모아 지적하는 부처가 여럿 있다.

 그런데 자꾸 개각이 밀린다. ‘8.15 광복절 메시지가 흐려질까 봐’, ‘전당대회 때문에’, ‘청문회가 부담돼서’, 혹은 ‘문 대통령은 사람을 잘 바꾸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이런 모든 것이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이 중 아무것도 진짜 이유가 못 된다.

 “일 못하고 한계에 달한 장관은 더 나은 사람으로 교체한다”. 오직 이것만이 개각의 유일한 이유일 수밖에 없다.

 소위 ‘정무적 판단’들이 본질을 흐리는 경우는 인사 문제뿐이 아니다. 시간을 질질 끌고 하청에 재하청으로 미뤘는데 답을 못낸 대학 입시 문제가 그렇다. 입시는 이래도 욕을 먹고 저래도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어려운 사안이지만 김상곤 교육부는 비판이 아니라 조롱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은산분리 완화와 원격의료 허용 같은 규제완화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먼저 여당에, 그리고 국민과 야당에 진정성 있게 설명하고 추진하면 된다. 그 과정에서 반대와 조소는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청와대 대변인은 ‘인터넷 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완화가 되더라도 대선 공약을 어긴 것이 아니다’고 언론과 씨름하고 있다.

 ‘노회하고 친기득권적 관료들의 저항’ 프레임도 같은 맥락이다. 문재인 정부의 ‘진정한 지지자(?)’임을 자임하는 진보진영에서 흔히 나오는 이야기지만, 여권 일각에서도 듣기 어렵지 않은 주장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궁극적으로 청와대와 정부, 집권 여당의 신뢰를 떨어뜨릴 뿐이다. 전 대통령, 전 전 대통령이 구속된 지 오래다. 보수 야당과 수구기득권(?)도, 장기적으론 모르겠지만, 지리멸렬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집권한지 1년이 훌쩍 지나 지지율이 떨어지니까 이제야 나오는 소리가 “관료들 때문에 일 못한다”는 거라면 ‘핑계꾼’을 자임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대통령은 초심은 변함없지만 노회한 관료와 일부 참모들이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는 식의 주장 역시 ‘대통령의 무능’으로 연결될 뿐이다. 관료들이 개혁의 걸림돌이라는 이야기는 진보든 보수든 모든 정권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마다 나오는 소리였다.

 

4년 연임제 안 받으면 국회의원 선거구제 못 바꾼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당대회가 벌어지는 여당에서도 별다른 임팩트를 찾기 어렵다. 오히려 퇴행적인 면모가 보인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이해찬 의원은 여전히 ‘수구기득권 세력’과 ‘적폐청산’을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과 국회위원 선거구제 개편을 연동시키겠다는 주장은 창의적이기까지 하다. 대통령제가 됐건 내각제가 됐건 권력구조 변화와 표의 등가성 제고는 인과관계나 배제 관계가 될 수 없다. 이해찬 의원 주장대로라면 여야가 권력구조 개편에 (여당 안으로) 합의하지 못하면 지금처럼 국회의원을 뽑아야 한다.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과 민주당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이끌어낸 특수활동비 유지 방안은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

 그런데 여당의 문제 역시 본질은 ‘일’이다. 진짜 국정운영에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니 다각도의 ‘정무적 고려’들만 늘어나는 것이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전당대회, 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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