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휴가 중에 국방부 장관은 더 버티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협치 내각에 대해 청와대와 여당 원내대표는 “구체적으로 진행되거나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떠넘긴 대입 개편안을 쥐고 있던 대입개편공론화위는 ‘수능 상대평가를 유지하고 정시모집은 늘리는 안‘과 ’수능을 절대평가화하고 수시 학생부 위주로 대입을 실시하는 안‘, 정반대 두 가지 안에 대해 “유의미한 차이 없이 높은 지지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수능 과목 구조 개편 문제를 결정하지 않은 채 1년 결정을 연기한 뒤 국가교육회의 산하 대입개혁특위에 넘긴 것이 지난해 8월이고 대입개혁특위가 이 사안을 교육부에 되돌려 보낸 것은 지난 6월이다. 완전히 닮은꼴이다.
개각이 시급하다. 물론 개각을 서두르지 않아야 할 이유들은 많다. 8.15에 나올 남북관계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가 흐려져선 안 되고 8.25 민주당 전당대회도 신경 써야 한다. 청문회에서 터져 나올지 모르는 돌발 변수도 고려 사항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진짜 이유가 못 된다. 본질은 일이다. 문제가 연달아 발생하는 부처들을 재정비해서 일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대통령과 총리는 훌륭하고 청와대도 잘 돌아가는데 내각과 공무원이 문제다’는 식의 서사는 애초에도 옳지 않았지만, 그 유효기간을 다 했다.
은산분리와 원격의료라는 두 가지 상징적 규제에 대한 대처도 마찬가지다. 청와대와 여당 원내지도부의 생각은 이 규제의 완화 쪽인 것 같지만, 우리는 이 자리에서 그 규제의 당부에 대해 이야기할 생각은 없다.
다만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비판은 감수해야 한다. 좌우측 깜빡이를 현란하게 켜봤자 장기적 부담만 가중될 뿐이다. “규제완화가 살 길이다”이라고 외쳐서 될 일도 아니고 “초심은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거 두 개만 좀 바꾸자”는 호소로 해결 될 일도 아니다. 먼저 여당에게 그리고 국민들에게 전체 그림과 비전을 제시하고 그 속에서 두 가지가 어떻게 작동하는 것인지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한다.
물론 모두의 동의를 얻어내긴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다수의 이해는 구할 수 있다. 거기에서 시작하면 된다. 보수야당의 조소와 진보야당의 비판은 진정성 있게 감수하면 된다.
지금 여당 지지율의 하락세의 한 원인이 김진표 주장대로 이재명일까? 아니면 이재명을 둘러싼 ‘논란’일까? 우리는 후자라고 생각한다. 이재명이라는 매버릭은 독립적 이미지가 강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논란이 당청 지지율에 큰 영향을 못 미쳤지만 이젠 결합도가 아주 높아져 버렸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표 후보들은 유의미한 쟁점을 형성해내지 못하고 있다. 다들 친문이라고만 외치니 이재명에 대한 견해 정도가 차별점일 수밖에. 김진표의 이 전략은 자신에게 뿐 아니라 여권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혁신적 쟁점을 꺼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최고위원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이대로면 기존의 인지도와 지명도 순으로 여당 지도부가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담대한 비전과 구체적 구상이 없이 더 큰 권력을 쥐면 익숙한 것, 손쉬운 것에 대한 유혹에 빠지기 쉽다.
익숙하고 손쉬운 것은 예컨대 이런 것들이다. 박근혜도, 이명박도, 홍준표도, 안철수도 없지만 어쨌든 누군가로부터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하는 것. 그 ‘누군가’를 지목하는 것은 쉽다. 그리고 합리적인 비판을 ‘수구세력(?)’의 비난과 뒤섞어 음해로 치부하는 것도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