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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6/25] 이런 식이면 적대적 공생관계 부활한다 2024-04-21 07:56:44
지방선거-재보궐 선거가 끝난 지 2주로 접어든다. 야당이 지리멸렬한 모습을 노출할 것은 예상됐던 바다. 하지만 여당도 ‘대야투쟁’이 아닌 영역에서 예상과 그리 다르지 않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무능-무능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이 경우 정치세력들은 억지로 가짜 갈등 의제들을 만들어서 적대적 공생 관계의 부활을 모색하려 할 것이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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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 책임 순환 구조 깨져버린 야당

 

 정당이 중요한 선거나 결정에서 실패를 거두면 리딩 그룹(주류)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 비주류가 전면에 서는 것이 상례다. 당위적 책임정치의 영역이기도 하고 조직 자체를 보호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의 경우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가 불분명하다. 친박진영을 비주류라 볼 수도 있지만, 지금 문제의 상당부분은 어제의 주류였던 그들의 책임을 제대로 못 물었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자유한국당 혹은 한국 보수라는 전체 유기체의 전망이 어두울수록 단독자/소집단들의 생존본능은 더 맹위를 발휘할 것이 분명하다.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권파’는 초반에 기세를 잡았어야 했다.

 안철수와 유승민이라는 두 축이 모두 손상을 입은 바른미래당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하지만 바른미래당의 경우 원내대표 경선-전당대회를 통해 40대 중심의 새로운 리더십을 형성해낸다면 상황이 달라질지 모른다. 하지만 새정치(안철수)와 개혁보수(유승민)의 낡은 경합이 재연된다면 보나마나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이 상황 속에서 각각 상임위원장 한 자리 씩은 따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두 당 모두 지방선거 성적이 나쁘지 않다고 자평하지만고 보수의 위기보다 자신들의 위기가 더 본질적이라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야당들은 당장 원구성 협상 등 기본 책무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앞으로 갈 길이 먼 만큼 그래도 할 일은 한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

 

여당, 뭐하나? 청와대는 여당 무능력 즐기나?

 

 기록적 선거 압승 이후 여당의 무능력은 조금씩 노출되고 있다. 여당은 반공보수의 무능력과 몰염치함을 통렬히 비난해왔고 국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제는 본인들이 능력과 염치를 갖춘 집단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우리가 그래로 저들보다는~’이라는 클리쉐는 효용이 떨어졌다고 봐도 된다. 억지로 더 써먹을 경우 역풍에 직면할 것이다.

 여당은 라돈 침대, 제주 예멘 난민 논란, 대구 식수 파동 등 대중의 반응이 매우 뾰족한 사안들에 대해 무반응-무대책인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처럼 정부를 맹비난하진 못한다손 치더라도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줘야지만 못/안 그러고 있다.

 검경 권한 조정 문제 같은 제도적 사안의 경우 정부 내부에서 ‘합의문(?)’을 도출하고 있는데 여당은 박수 부대 역할이다. 대통령 발의 개헌안 때도 그랬다.

 여당 전당대회에 앞서게 될 개각이나 청와대 인사 등 인적 재정비의 경우 사람을 바꾸는 문제 뿐 아니라 시스템의 정비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지만 정작 여당에서 아무 이야기가 안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도 엄존하는 수구 기득권 세력과 싸우겠~’경쟁으로 전당대회가 진행될 경우 여당의 무능은 극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그런데 여당의 무능은 사실 여당의 문제가 아니다.

 어느 정부 때나 그랬지만 여당의 무능은 상당부분 청와대에 의해 강제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경우 청와대는 여당의 무능을 은근히 즐기기도 한다. 상대평가에서 자신들이 우위에 서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야, 진보-보수, 여의도-청와대로 엮이는 상대평가는 끝이 없다. 그냥 물고 물리는 악순환일 뿐이다. 지금 이 고리를 직시하고 깨야할 쪽은 여권이다. 그 중에서도 청와대.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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