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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6/18] 포스트 613, 답은 다 나와있다 2024-04-23 09:16:45
지방선거-재보궐 선거 결과는 예상대로 나왔다. 궤멸적 결과를 맞이한 보수(야당)의 혁신, 기록적 압승을 거둔 여당의 내실 갖추기라는 과제는 너무나 뻔하다. 실은 방향도 답도 나와 있다. 하지만 역시 힘든 것은 실천이다. 뼈를 깍아야 하는 것은 보수(야당) 쪽이지만 여당 역시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래서 야당이 가야할 길이 더 고통스러울지 몰라도 더 복잡한 쪽은 여당이 가야 하는 길이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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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사람 정리가 최우선의 과제

 

 보수 야당은 당장은 사람의 문제도, 방향의 문제도 갈피를 쉬이 잡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거대 정당 안에 주류와 비주류가 공존하던 시절이면 주류가 물러서고 비주류가 앞장서곤 했다. 역할 교대를 하면서 조직을 재정비를 하고 여론의 향배에 맞춰 방향을 수정했다. 그런데 탄핵 이후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분당, 대선 직전 상당수 인사들의 복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 등을 거치면서 과거의 구조는 깨졌다. 자유한국당에도 바른미래당에도 주류와 비주류를 나누기 어려워졌다. 각 당에서 주류가 책임을 지고 비주류가 전면에 설 상황이 아니라는 것.

 게다가 양당 모두 형편없는 결과를 얻었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이 야당의 대표성을 자임하기도 어려운 이중적 교착 상태에 빠져버렸다. 민주평화당이나 정의당은 스스로는 ‘평작’이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여당에 대한 견제적 야당으로서의 이미지와 실체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적쇄신 없인 보수야당이 단 한발도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모두의 책임이라는 이야기는 아무의 책임도 아니라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탄핵 직후에는 대선이 닥쳐있다는 이유로, 대선 이후에는 화합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인적쇄신이 진행되지 못했고 서청원 등 친박 극소수를 제외하곤 아무도 주류도 아니고 아무도 비주류도 아닌 상황이 지속됐다. 그 결과가 홍준표의 독주, 그리고 지금의 상황이다.

 참신한 인사의 영입 등 인적 수혈 역시 마찬가지다. 그릇을 비워놓아야 밖에서 뭔가를 가져와서 담을 수 있는 것 아니겠나?

 ‘방향성’의 문제는 오히려 쉽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답이 나왔다. 제주도에서 승리한 원희룡, 경남에서 선전한 김태호가 보여줬다. 이 두 사람은 △반성을 앞세웠고 △문재인 정부를 과도하게 비난하지 않았으며 △민생을 강조했다.

 만약 야권 전체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들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면 결과는 지금과는 상당히 달랐을 것이다. 이기진 못했겠지만 적게 졌을 것이며 선거 이후 그 방향을 더 명확히 하면 될 일이었다.

 

정부여당, 기저효과는 없어졌다고 생각해야

 

 ‘다음 선거에선 독자 과반의석 달성이다’는 약과고 ‘장기 집권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여당은 이제 더 어깨가 무거워졌다.

 당장 산적한 과제도 많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해야 한다. 빨간불이 들어올거란 경고가 무성하던 고용 문제는 진짜 빨간 불이 들어왔다. 비판 받아 마땅한 프로세스로 진행되고 있는 입시 문제도 매듭을 지어야 한다. 검경수사권 조정도 수면위로 올라왔다.

 청와대의 메시지나 행보를 보면 경제현안에서 대통령을 분리시키려는 듯한 태도가 엿보인다. 옳지 않다. 부메랑이 더 커질 것이다. 지지율이 높은 이 때 명확한 방향을 설정하고,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을 하는 것이 낫다.

 게다가 박근혜, 이명박에 이어 홍준표라는 방패막이도 사라졌다. ‘보수 언론이 발목잡아서 일이 안 된다’는 주장도 안 먹힐 것이다. 그런 주장이 지속될 경우 역풍이 볼 가능성이 높다. 이제부터 기저효과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편할 것이다.

 당장 개각, 청와대 개편, 전당대회가 시그널이 될 것이다. 이제 여당은 야당이 아니라 국민을 봐야 한다. 당위가 아니라 그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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