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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4/30] 포스트 4.27, 국회비준은 한국당에도 나쁘지 않다 2024-04-16 16:49:25
지난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잘 끝났다. 청와대와 관계 당국은 높은 점수를 받아 마땅하다. 저마다 기준은 다르겠지만 행사의 짜임새, 남북 간의 호흡이나 PR에는 100점을, 합의서에는 80점을 줘서 합산 90점 정도는 줄 수 있을 것이다. 비어있는 20점도 곧 이어질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여도 야도 이제는 시야를 더 멀리 가져갈 때다. 국익을 위해서도, 정치적 포석을 위해서도.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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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넓은 시야가 필요한 정치권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여야 특히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반응은 극명히 엇갈린다. 물론 예측됐던 바다.

 두 사안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지만, 어쨌든 드루킹 파동과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정치권의 구도는 다르다. 드루킹 파동은 민주당+정의당 vs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형식이지만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선 민주당+정의당+민주평화당+바른미래당 vs 자유한국당의 구도다.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1) 북한의 변화, 2) 미국 등 주변국의 지원, 3) 국내 정치적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 요소다. 결국 첫 번째 사항에 모두 연동된 것이지만 현재 주변국의 반응은 호의적이고 북한 역시 과거에 비해 긍정적 의지를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 정치적 공감대 형성인데 지금은 자유한국당만 고립된 형국이다. 청와대와 여당이 국회 비준을 추진할 경우 이 구도는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냉정히 볼 때 남북정상 합의문이 국회에서 비준된다고 그 구속력이 획기적으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총 3조 13항의 합의문 중 각급 회담 개시 등 소수 일부 항목을 빼놓고는 모두가 13번째 항목인 비핵화에 결부되는 조건부 사항들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화려한 약속과 실망의 반복이던 지난 47년 간 수많은 합의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최종적 비핵화나 평화체제 구축까지 많은 고비가 있겠지만 당장 한두 달 내 가시적 변화가 없으면 4.27 합의는 가치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그 첫 관문이 바로 북미정상회담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자유한국당도 국회비준에 전향적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국회 비준은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이 4.27 합의를 보증하고 그 보증을 국회가 받아들인다는 의미에 다름 아니다.

 한국당의 우려대로 북한이 비핵화를 두고 시간을 질질 끌면서 세계를 ‘짜증나게’ 만든다면 오히려 청와대와 여당의 책임을 더 강하게 물을 수 있는 기제가 되는 것이다. 일이 술술 잘 풀린다면 재집권을 목표로 삼는 야당으로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과정에 한 몫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당장의 지방선거는 물론이고 다음 총선, 대선까지 바라본다면 보수정당으로서 한국당이 레버리지를 강하게 가져갈 수 있는 방도는 오히려 국회 비준 참여다. 지금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나 여당을 힘으로 누를 수 있다고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여당 역시 시야를 더 길고 넓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나 이설주 여사, 또 북측 인사들에게 국민들이 신선하고 긍정적 느낌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27일의 임팩트는 그만큼 컸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1차 정상회담 이후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서도 그랬었다. 하지만 북핵실험, 각종 도발 등은 북한에 대한 정서를 그 이전보다 훨씬 더 악화시켰다. 이번에도 북한이 기대와 다른 모습을 보인다면 민심은 급변할 것이다.

 여당은 일반 국민들보다는 좀 더 진중해야 한다. 북한의 변화를 환영하고 유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과공’의 모습을 보이거나 야당에게는 너무나 추상같고 북한에게는 반대로 과도하게 온화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북한을 사이에 두고 여야가 다시금 적대적 공존 구도를 형성하는 것처럼 보여선 안 된다. 여당의 책임이 더 크다. 자유한국당이 아니라 합리적 보수성향의 국민들을 바라봐야 한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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