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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4/2] 민주당, 무엇을 택할 것인가? 2024-04-18 05:40:12
야당은 그렇다 치고 여당이 뭘 하고 있는 지도 잘 알 수가 없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과 대거리 외에는 개헌 국면은 물론이고 다른 정책 사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는 청와대와 여당 모두에게 책임을 물을 일이다. ‘그래도 여당 지지율이 야당 세배인데’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지금 민주당은 국민과 정부에게 어떤 비전을 제시하고 있나?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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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면 개헌 논의 시간이 너무 길다

 

 다음 달이면 취임 만 1년 이지만 대통령 지지율은 70% 선에서 견고하다. 남북 정상회담만 진행되면 보수진영의 역결집도 만만치 않을 수 있다. 그런데 북미 정상회담도 곧바로 예정되어있다. 반사적 역결집 구도가 이미 해체되고 있다.

 주한미상공회의소장을 만나 “지방선거에 이용될 수 있으나 북미 정상회담을 연기하라”고 말하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에게는 애처로움과 코믹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보수진영 전체가 “말을 조심해 품격을 지키라”지만 “나를 막말 프레임에 가두려한다”고 항변하는 홍 대표 말이다.

 대통령 복에 야당 복까지 타고 났으니 여당 입장에선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여당이 뭘 특별히 하는 것 같지 않지만 6월 지방선거와 재보선 모두 압승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

 개헌 논의? 자유한국당 공격하면서 시간을 보낼 태세다. 혹여 자유한국당이 약간이나마 전향적으로 돌아서면 그게 더 걱정이 될 형국이다. 청와대가 자체 개헌안을 준비할 때부터 지금까지 ‘여당’의 자리와 의지가 안 보인다. 청와대가 합의안을 도출하라고 압박하는 ‘국회’의 한 구성요소일 뿐이다.

 여당은 청와대와 국정을 ‘의논’하고 있나? 아니 국회 분위기를 ‘전달’이라도 하고 있나? 청와대 개헌안의 내용, 그리고 형성/전달 과정에 대해 국회 내의 문제의식은 상당하다. “아니 그러면 자유한국당 말이 맞단 말이냐” 식으로 쌍심지를 켤 일이 아니다.

 청와대 개헌안에 대해 바른미래당이나 민주평화당도 반대다. 정의당조차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 모양새를 만들기 위한 전략이라도 매끄러웠나? 조국 민정수석의 3일간의 TV 생방송 개헌 내용 브리핑-국무회의 40분 심의는 너무 대조적이다. “이것이 국민의 뜻이다”라지만 국민 의사 수렴 과정도 너무 소략했다. 각 200명씩 참여한 5차례의 권역별 숙의형 토론이 전부다.

 게다가 청와대는 총리의 국회 선출은 물론 추천도 절대 못 받아들인다고 수차례 천명했다. 이런 식이니 여당 지도부는 물론 중진 의원들도 입을 다물고 있다. 상당수 의원들은 “이 모든 것이 자유한국당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개헌 논의에 적극 임하라”고 SNS 상에서, 방송에 출연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그게 전부다.

 “열심히 대화해서 합의해라. 그런데 내용은 못 바꾼다”는 가이드라인 속에서 움직이기엔 사실 지금 여당에 주어진 시간조차 너무 길다.

 어차피 개헌안 앞에 놓인 경우의 수는 네 가지다. 첫째 대통령 발의안 통과. 가능성은 제로다. 둘째, 그 정반대인데 국회 합의안 도출-대통령 발의안 철회-개헌 성사. 앞의 것 보다 가능성이 약간 높다. 말 그대로 약간 높다. 셋째와 넷째는 대통령안이 부결되는 경우다.

 어떻게 다르냐고? 먼저 여당은 청와대 개헌안을 고수하고 나마지 야당들이 모두 반대하는 와중에 국회 본회의에 자동적으로 청와대 개헌안이 올라오는 경우다. 민주당에 정의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 소수가 찬성할 수는 있겠다. 그걸로 끝이다. 총선 이후 개헌? 난망하다.

 마지막 경우는 여당이 유연성을 가지고 협상에 임해 평화와 정의의 모임과 바른미래당까지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했는데 자유한국당만 버텨서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는 케이스다. 어쩔 수 없이 대통령 개헌안만 본회의에 올라오겠지만 찬성표수는 늘어날 것이다. 지방선거-재보선 후 자유한국당 현 지도부가 교체되거나 정계개편이 추동되면 개헌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경우의 수가 네 가지지만 실제 선택지는 두 가지다. 민주당, 무엇을 택할 것인가?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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