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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3/26] 외교 vs 개헌국면 2024-04-18 04:44:18
지금 북한이 그렇지만 독재/권위주의 국가는 외교에서 강점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결단에 대한 내부 비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이 외교에서 나름의 실리를 거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민주화 이후 외교는 반대 진영에 대한 설득, 명분 등으로 인해 한층 더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일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외교에서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내치’의 면에도 그만큼의 인내, 설득, 포용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개헌 국면은 그 시금석이 될 것이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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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맹성이 필요하다

 

 5월 말, 6월 초가 되면 더 분명해지겠지만 현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에는 합격점을 줄만하다. 한미관계가 남북, 북미관계를 풀 수 있는 축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시작한 것이 특히 그렇다. 난마처럼 얽힌 대외 문제를 푸는 것은 물론이고 내부 논란의 비용을 확실히 줄인 양수겸장의 효과를 가져왔다.

 평창동계올림픽이나 이번 해외 순방 등에서 나타난 바, 비강대국에 대한 성의 있는 접근도 좋은 점수를 줄 만하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불안정성이 변수지만, 향후 몇 달 사이 우리 정부가 엉뚱한 수를 던질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반면 상대적으로 국내 정치에 대해선 아쉬움이 더 많다. 야당과의 관계는 차치하고, 당청 관계나 청와대와 내각의 관계가 그렇다. 특히 이번 개헌 국면에서 아쉬움이 적지 않다.

 “우리는 할 바를 다 했다”, “국민만 보고 간다”는 태도는 당위와 실리의 측면 모두에서 옳지 않다. 물론 청와대발 개헌안에 대한 현재 국민 여론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일찍부터 여당에 더 힘을 실어주고 정의당과 민주평화당 나아가 바른미래당을 우군화(化)했다면 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았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all or nothing 식 구도에서는 벗어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청와대 입장에선 자체 개헌안이 통과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다른 경우의 수들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 게다가 지금은 개헌안 부결 가능성이 훨씬 높다. ‘야당(자유한국당) 때문이다’로 해결되기엔 이 사안의 무게가 무겁다.

 게다가 이 사안에 대해선 비관적 전망이 우세한 것이, 현재 여당의 구조와 능력 및 의지에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세력에 대해 엄격한 것 외에 여당의 전략과 전망이 잘 안 보인다. 당대표 외 최고위원회는 형해화된지 오래다. 중진들의 목소리는 사라졌고 신진들도 ‘적폐’에 대해서만 용감할 뿐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방선거-재보선 공천 국면까지 도래했다. 당청은, 특히 여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구속된 이후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4대강이나 자원외교에 대한 남은 의혹을 샅샅이 파헤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어떻게’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경선이나 공천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예컨대 호남의 경우, 공천이 곧 당선인 상황 속에서 이전투구 현상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경쟁이 사라지니 결국 예전으로 돌아갔다”로 귀결되면 지역민들이 열패감은 더 심해질 것이다.

 

지금의 한국당, 여당에게도 안 좋다

 

 이렇게 따져보면 여권도 상당한 약점이 있지만, 역시 여권이 믿는 구석은 자유한국당을 필두로 한 야당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대화 선언으로 고전적 안보 전선이 변화한 상황이지만 특히 자유한국당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완전 보이콧이나 다름없던 개헌 문제에 약간이나마 변화를 가져온 점 정도를 평가할 만하지만 한국당의 근본적 문제점은 메신저 거부현상이다.

 대표, 원내대표, 수석대변인이 현재 한국당의 세 얼굴이나 다름없는데 그 또한 ‘여의도의 매버릭’인 김성태 원내대표가 상대적으로 진중한 편이다. 지방선거 때까지 이 상황이 바뀌긴 어려울 것 같다. 선대위 체제나 ‘괜찮은’ 서울시장 후보를 내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고, 혹여 그게 가능하다할지라도 홍 대표가 입을 다물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어느 정부와 국가에게나 약한 야당은 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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