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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1/22] ‘기득권의 반격’ 때문에 어려움 겪는 것 아닌데 2024-04-18 05:51:41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 문 대통령 지지율은 떨어졌다가 다시 회복되길 반복하며 강고한 하방경직성을 구축했다. 또한 집권 2년차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자연스럽게 조정을 받는 것도 자연스러운 모습일지 모른다. 하지만 양적 변화 뿐 아니라 질적 변화도 나타날 조짐이 보인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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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한 꼰대’ 이미지는 누구의 것인가

 

 현재 청와대는 여러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자 아이스하키단일팀으로 상징되는 평창 동계올림픽 계기 남북 이슈, 암호 화폐 논쟁, 최저임금, 부동산 문제 등 다층적이고 복합적이다.

 전임 대통령 탄핵 이후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과거 다른 정권들과는 독특하게 유리한 위치에서 출발했고 지금도 그 우산 효과를 누리고 있다.

 전 정권에 대한 기저효과가 강력했다. 제대로 된 리더십이 없는 보수정당의 지리멸렬한 모습은 그 기저효과를 지속·강화시켜줬다. 야당은 의석수 덕에 법안 발목 잡을 힘을 가진 것 외에 정부의 정책이나 방향에 제대로 딴지를 걸만한 대중적 신뢰를 갖고 있지 못했다. 보수언론의 힘도 분명히 예전만 못하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진보진영은 보수야당/언론과 대통령 지지자들의 협공 하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원내 진보정당은 여당의 가장 충직한 친구다. ‘IMF국난 위기 극복’이 국민적 목표였던 국민의정부 출범 초를 제외하곤 가장 좋은 ‘정치적 환경’이다.

 그런데 여권 일부에선 지금 상황을 ‘기득권의 반격’으로 치부하는 모습이 보인다. 잘못된 판단이다. 지지자들을 독려하기 위한 방책이라도 적절치 않을뿐더러 실제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더 심각한 문제다.

 보수야당과 언론이 남북 이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이 상황을 이끌어 온 것이 아니다. 편승하고 있을 뿐이다.

 현 정부가 기저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요인은 여러 가지겠지만 ‘불공정에 대한 반발’, ‘가르치려는 꼰대 이미지에 대한 반발’도 젊은층에겐 중요한 포인트일 것이다.

 그런데 이 프레임이 거꾸로 작동하고 있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문제. 묵묵히 땀을 흘린 우리 선수들 위에 북한 선수들이 정치적 낙하산으로 무임승차한다고 인식되고 있다. 좀 더 넓혀서 보면 온갖 애를 써서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고 거액의 돈을 들여 개최 준비를 마쳐가는 마당에 ‘한 민족’이라는 명분으로 북한이 마치 대등한 입장인 것처럼 끼어드는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에 끌러가는 듯한 모습에서 우리 민주정부에 대한 자긍심이 손상되고 있다.

 “우리 선수들이 손해 볼 것은 없다” “어차피 메달권도 아닌데”라는 문화부 장관과 국무총리. “개인적 욕망도 있겠지만 그걸 넘어서서 큰 역사를 만든다는 자부심을 좀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는 통일부 장관 출신 교육감은 ‘꼰대 이미지’의 현현(顯現)이다. 암호화 화폐 논란 역시 ‘공정’과 ‘꼰대’라는 키워드로 설명 가능하다.

 대학입시(수능 절대평가제)부터 취학 전 아동(영어교육)까지 일관되게 오락가락하는 교육 정책, 보수 진영의 왜곡 때문에 그렇지 문제가 없다는 것인지 아니면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 헷갈리는 최저임금 정책, 강남이 열외란 말인지 타겟이란 말인지 잘 모르겠는 부동산 정책 등은 또 다른 차원이다.

 상황이 좋을 때는 운도 따르지만 좋지 않을 때는 온갖 악재들이 한꺼번에 터져서 결합하는 법이다.

 의외로 평창올림픽이 여권에게는 힘든 깔딱 고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기간도 그렇고 폐막 후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돌발행동을 보인다면? 정부도 걱정이 많이 될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북한이 어떻게 하느냐가 아니라 우리 정부가 어쩔 줄 몰라 하거나 쩔쩔매며 당당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더 실망한다. 여권이 오히려 우려해야 할 지점은 이 대목이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평창올림픽, 단일팀, 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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