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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12/18] 방중, 마이너스 유산에 대한 실감 2024-04-21 15:41:43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중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왔다. 지난 미국 방문이나 다른 일정에 비해 논란의 수위가 높다. 문재인 정부는 정치나 경기(景氣) 분야에 있어서는 전임 박근혜 정부와 비교한 기저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반면 외교 분야, 특히 대중-대일 관계에선 마이너스 유산을 물려받았다. 물도 좋고 정자도 좋은 곳은 드물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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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로-키’는 이해할 수 있지만

 

 ‘홀대 논란’이 벌어질 만한 일들이 있었지만 청와대는 이번 방중을 철저히 로-키로 임한 것으로 보인다.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현 시점에서 한중관계를 정상화 궤도에 올려놓지 못하면 평창 올림픽도 외교적 모멘텀으로 삼기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청와대가 “홀대는 없었다”고 자평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대통령의 일부 발언이나 중국 측의 행태에 대해 야당이나 언론이 비판할 수도 있다. 특히 대통령 행사의 근접 취재를 진행하던 풀기자단에 대한 폭행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중국과는 다른 민주주의 국가 한국의 여론 악화가 레버리지로 작용할 수도 있다. 실제로 기자 폭행 사건 이후 문 대통령과 방중단에 대한 중국 언론의 보도량과 태도는 상당히 달라지기도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일부 여론은 기자폭행 사태에 대한 비난을 청와대에 대한 공격으로 인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 언론전체에 대한 맹비난으로 프레임을 전환시킨 것.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지금까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대통령 지지자들이 온라인 전체 여론을 선도해왔다. 앞으로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어쨌든 청와대 관점에서 볼 때 문 대통령의 중국 순방으로 2017년의 남은 기간에는 큰 이슈가 없다. 금주에 대법관 두 사람과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예정되어있지만 별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경우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적폐청산’에 여당이 앞장서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언제까지 전 정권이나 전 전 정권, 혹은 야당에 대당하는데 무게를 둘 순 없는 일이다.

 예컨대 ‘휴일·연장노동 중복할증' 문제 같이 민생에 영향력이 큰 사안은 여당이 책임감 있게 논의를 이끌어가고 가닥을 잡을 필요가 있다. 다른 사안들도 마찬가지다. 전 정부 관련 일에는 자신 있게 나서지만 지금 현재의 어려운 일들에는 고개를 돌리는 모습은 무책임하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문제로 느끼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사회주의 핵동맹’이 무슨 말인가?

 

 야당들은 여전히 제 코가 석자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자유한국당이든 국민의당-바른정당이든 올해 말에서 내년 초에는 어느 쪽으로든 방향타가 잡힐 가능성이 높다.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 결과나 당협위원장 교체도 같은 흐름이다.

 향후 한 달 정도의 기간 동안 방향타를 잡지 못한다면 난맥상은 지방선거, 그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와 별개로 메시지 등 정무적 움직임은 여전히 납득불가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경우 일본 방문 자체를 뭐라 할 일은 아니지만 "북·중·러의 사회주의 핵동맹에 맞서 한·미·일이 자유주의 핵동맹을 맺어야 할 때다“와 같은 발언은 최악이다.

 자유한국당이나 홍 대표는 이 발언이 크게 주목받지 못한 점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의 방중 일정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과 사회주의 핵동맹을 맺고 있다는 주장은 5공 때도 듣기 어려웠던 이야기다. 일본과 핵동맹을 맺겠다는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이니 야당의 정부 비판, 문 대통령 방중 비판에 힘이 실릴 리가 만무하다. 오히려 ‘중국과 관계에 아쉬움이 있지만 지금 야당으로부터 턱도 없는 비판을 받을 일은 아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

 22일로 예정된 홍준표 대표의 대법원 선고에 온 신경이 집중되겠지만 야당들, 보수진영 전체의 본질적 고민이 다시금 필요할 때다. 김성태 원내대표를 필두로 한 복당파-김무성계는 이미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시진핑, 방중, 사회주의 핵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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