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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10/23]부안→경주→신고리 5,6호기 2024-04-18 06:37:15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신고리5, 6호기 원전 건설 재개가 결정됐다. 기초단체장 후보 선출과 지자체 사업에서 시범적으로 실시된 적은 있었지만 공론조사로 대규모 국책사업이 결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흠결이 있겠지만 여론의 수용률을 높이고 정치적 리스크를 줄인 점에선 합격점을 줄 수 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87년 6월 뜨거웠던 거리의 민주주의, 지난겨울 온 나라를 밝혔던 촛불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 공론화위가 보여준 또 하나의 민주주의”식의 상찬도 ‘양두구육’식의 폄훼도 옳지 않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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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조사, 지자체 선거에서 더 붐업될 것

 

 원전과 관련해선, 공론화위가 본격 가동되기 전부터 ‘어차피 시작한 것인데 안전성이 높은 신규 시설은 추진하고 노후 시설부터 순차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라는 이야기가 적지 않았다.

 실제 결론도 유사하게 나왔지만, 이는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공론화위가 합리적 방향을 찾았다고 해석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탈원전 정책 지속 등을 두고선 논란이 지속되겠지만 그 결정 역시 그에 부합하는 비용이 필요할 것이다.

 공론화위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참여정부 청와대 재직시절 관여했던 천성산 터널의 기억을 언급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참여정부 인사들의 금기 중 하나인 부안 방폐장 논란을 짚어볼만 하다.

 기초단체장의 신청으로 형식적 절차는 갖췄지만 반발한 지역 주민들의 격렬한 저항과 경찰의 강경한 대응으로 참혹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문 대통령은 민정수석을 지냈다. 이후 참여정부는 방폐장 유치 지역에 대한 대규모 지원을 먼저 공개적으로 내걸었고 경매와 유사한 형식을 통해 경주가 다른 지역을 따돌리고 선정됐다. 물론 이 결정에 대해서도 반대진영은 ‘돈으로 주민들을 매수한다’며 반대했지만, 부작용은 부안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이번 공론화위를 통한 결정 역시 경주 방폐장 선정 때 보다 한단계 발전한 것임엔 틀림없다. 실패와 성공의 상반된 경험이 공론화위라는 플랫폼으로 귀결된 것이다.

 내년 지자체 선거에서 공론조사, 숙의민주주의는 상당한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광역자치단체 내 민감한 갈등사항을 처리의 정치적,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론화위 모델이 대폭 확대 적용될 경우 반드시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지역의 성향상 유사한 사안에 대해 정반대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높다. 공론화위 부의 결정권의 소재도 애매하다. 법과 대의민주주의를 우회하는 예외적인 수단은 예외적으로 남겨두는 것이 맞다.

 

꿈틀거리는 판, 냉소적 관망은 부적절

 

 지지부진하던 야당들이 일제히 꿈틀거리고 있다. 촉발은 바른정당을 향한 자유한국당의 공세였고 판을 키운 것은 국민의당 지도부다.

 여러 정치적 손익계산과 상이한 신념이 충돌하고 있지만 결국은 양당구도를 향한 구심력과 다당제 유지를 향한 원심력의 경합이라고 볼 수 있다. 각종 여론조사와 최근 몇 차례 전국단위 선거를 보면 다당제에 대한 국민적 동의 수준은 상당히 높다. 하지만 최근 야당 발 정계개편 논의가 대중의 이 같은 에너지를 추동해서 동력으로 삼고 있는 진 매우 의문스럽다.

 선거제도개편-개헌 논의가 최근 상황과 결합될 경우 동력은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능성이 높아보이진 않는다.

 여권은 이 같은 움직임을 냉소적으로 관망하는 분위기다. 야당의 개편 논의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과거 음습한 정치공작의 기억을 되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여당 역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정치시스템에 대한 안을 국민들 앞에 내놓고 설명할 의무가 있다.

 공론화위가 생산성을 증명한 상황에 정치 시스템 변화 논의를 얹을 경우 설득력이 배가될 수 있다. 이제 좀 더 구체적으로 ‘앞으로’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때다.

 국감-트럼프 방한-정기국회로 이어지는 국면을 제로섬 구도로 분석한다면, 물론 미시적으로 전력을 온존시키거나 혹은 더 강화하는 쪽은 여권일 것이다. 하지만 회귀된 전선이 고착화될 경우 그 전선이 더 거슬러 올라가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 시기와 폭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깊을 수 있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신고리, 공론화위원회, 숙의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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