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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9/25] 김명수, ‘직접 민주주의’에도 불구하고 가결 2024-04-16 15:36:49
김이수 헌법재판관은 헌재소장이 되지 못했지만 김명수 후보자는 대법원장이 됐다. 찬성이 반대를 26표 앞질렀다. 청와대와 여권은 한 숨 돌렸을 것이다. 그런데 김이수와 김명수의 차이는 무엇이었던가에 대한 철저한 복기가 필요할 것이다. 엉뚱한 원인을 찾아낸다면 앞으로도 헤맬 가능성이 높으니까. 이번 주가 지나면 추석이다. 여도 야도 한 숨 고르면서 뒤를 돌아보고 앞을 준비해야 할 때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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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가결에 대한 각 당의 대차대조표

 

 재석 293명 중 찬성 145표, 반대 145표, 기권 1표, 무효 2표로 부결. 재석 298명 중 찬성 160표, 반대 134표, 기권 1표, 무효 3표로 가결. 9월 11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9월 21일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본회의 인준 표결의 결과 차이다. 열흘 사이에 찬성이 열다섯표 늘었고 반대는 열한표 줄었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가져왔을까?

 두 사람 다 개인흠결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보수야당이 성향과 코드를 문제 삼은 것도 마찬가지였다.

 김이수 후보자의 경우 헌법재판소장이 되면 1년 남짓 밖에 재임하지 못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한 번 더 헌재소장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김명수 후보자에 대해서는 사법공백의 우려가 더 높았었다. 하지만 이 차이만으로 인준투표 결과 차이를 설명할 순 없다.

 그렇다면 김이수 후보자 부결에 성난 시민들의 압력? 헛다리다.

 이번엔 반대편의 ‘직접 행동’이 더 거셌다. 김이수, 김명수 두 사람을 ‘동성애 세력’으로 지목한 문자가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에게 쏟아졌다. 작년 ‘문자폭탄’ 시비 당시 뭐가 문제냐며 직접 민주주의를 옹호하던 여당 의원조차 “폭탄 문자 보내는 사람들의 명단 공개를 고민하고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아마도 앞으로 이런 일은 더 잦아지고 더 거세질 것이다. 좀처럼 리더십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보수 야당은 ‘이거라도 어디냐’며 편승할 가능성이 높다.

 뻔한 이야기지만 낮은 자세, 협치 등이 돌파구였다. 국민의당에 대해서도 그렇다. 당청의 거친 발언과 압박 혹은 설득과 낮은 자세. 둘 중 무엇을 국민의당이 실제 압박으로 느끼는 것일까? 무엇이 반대 ‘정서’를 낮출 수 있을까? 답은 뻔하다. 다른 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바른정당에 대해 “어차피 자유한국당과 한 뿌리였다. 그럴 줄 알았다”는 식의 접근이 무슨 효과를 낳을까? 지금 의석 구조상 여당과 야당이 동시에 결집하면 무조건 여당이 손해라는 건 수학도 아니라 산수의 문제다.

 두 차례의 인준 투표가 여권에게만 교훈을 남긴 것이 아니다. 국민의당의 경우 명실상부한 캐스팅 보터의 위력을 보여줬다. 한 번의 부결과 한 번의 가결이라는 결과도 그 위력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왜 김이수는 반대였고 김명수는 찬성이었는지 그 명분이 불명확하다.

 투표 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각자 알아서 하자다가 끝나고 나면 우리의 승리라고 규정하는 것은 매우 이상하다. “(결과적으로 열어보니) 정말 현명한 판단을 내렸다”는 건 유권자들에게는 가능한 이야기지마 정치인에게는 해당 무다. 결과 뿐 아니라 이유와 명분에 대해 책임지지 못하는 정당이 힘을 얻기는 어렵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사실 길이 정해져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보수 기독교 세력 등에 대해 리더십을 발휘하고 지지층의 한 부분으로 포괄하는 대신 그들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는 식이 계속된다면?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다.

 10여 년 전 한나라당 시절 4대 개혁법안 전선에서, 그 내용적 적절성과 별개로, 보수야당이나 사학재단 및 교회에 대해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 과정에서 강경보수와 온건보수를 하나로 묶어 냈다. 박근혜는 그야말로 리더였다. 그런데 지금은? 리더가 아니라 팔로워 노릇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당내 복잡한 사정이 겹쳐 이번 국면에서 존재감과 차별성을 전혀 발휘하지 못한 바른정당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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