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베네수엘라 개입은 예견된 일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안전하고 적절하며 현명한 정권 이양이 이뤄질 때까지 우리가 국정을 운영할 것”이라고 까지 밝혔다.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실질적으로 통치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에 대한 질문에 대해 베네수엘라 원유 판매 수익을 활용해 운영비를 충당할 것이라며 “우리가 쓰는 모든 비용은 환급받을 것”이라고 답했다.
마두로 전 대통령이 민주적 제도를 형해화시키고 국가 경제를 파탄낸 독재자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세계 평화에 더 큰 문제를 일으키고 더 심한 인도적 문제를 발생시키는 독재자들은 많다. 우리가 왜 세계의 일에 끼어드냐던 트럼프지만 미국의 뒷마당, 중남미에 대한 배타적 우선권을 확인하면서 어떤 식으로, 어떤 강도로든 개입할 수 있음을 과시한 것이다.
차베스-마두로로 이어진 베네수엘라의 반미노선에 힘을 싣던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 사태에 대해 일단은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양안갈등, 우크라이나 전쟁을 진행 중인 그들로선 ‘우리 뒷마당은 우리 몫’이라는 트럼프식 기조를 환영할 만 한 상황이다. 북한은 또 다른 차원에서 긴장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이 대통령은 미국과 관계를 잘 관리하고 일본과 우호적 관계도 유지하면서 전 정부에 비해 중국과는 갈등 수위를 낮췄다. 잘 한 일이다. 이 대통령이 방중계기 인터뷰에서 “하나의 중국 정책을 ‘존중’한다”며 전 정부의 입장을 유지한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최근 통일부와 대통령실-외교부의 노골적인 갈등, 북한에 대한 과감하고 선제적인 유화 조치 등으로 인해 갈등의 씨앗이 싹트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방중 일정 동안 이 대통령은 특유의 순발력과 결합된 립서비스 보다 실용성과 안정성에 무게를 두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시진핑 주석이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 이후 처음으로 큰 외교 이벤트에 나서는 만큼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 대한 세계적 관심도 높은 상황이다.
대외 환경과 별개로 국내 정치 상황은 어지럽다. 대통령 최측근인 김병기 원내대표의 사퇴, 조각 당시 장관 내정자였던 강선우 의원의 제명은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정권이 휘청거릴 일이다. 그냥 개인 비리도 아니고 공천 헌금과 무마 의혹이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전재수 전 해수부 장관이 통일교 관련 의혹으로 장관직을 내놓았고 그 앞에는 ‘현지 누나’ 탤레그램으로 김남국 비서관이 사퇴했다. 이 모두가 한 달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야당, 언론, 검찰 등 사정기관의 견제가 턱없이 부족한 환경이 이런 일을 더 추동하는지도 모르겠다.
국힘의 경우 장동혁 체제에 대한 쇄신 압박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장 대표 측은 그 요구를 수용하기는커녕 오세훈 시장 등에 대해서도 날을 세우고 있다. 그러면 그럴수록 한동훈이 아니라 장동혁이 고립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어쨌든 이달 중순쯤까지 특별한 변화가 없다면 국힘은 이런 내부 교착 상황 속에서 지방선거를 치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