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참석을 위한 이재명 대통령의 순방 기간 동안 여당은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 강행 등 강공을 이어갔다. 검찰청 폐지, 방통위 폐지 등도 여당의 ‘성과’로 뉴스를 탔다. 그 기간 동안 (정치를 제외한) 가장 큰 뉴스는 서울 부동산 상승, 관세협상 난항으로 인한 수출기업의 타격 등이었다. 그리고 대통령 귀국 직전에는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한 정부 서비스 대거 중단 사태가 발생했다.
여당은 대전 화재에 대해 전 정부 책임론을 강조한 것 외에 다른 이슈들에 대해선 크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대통령 순방 기간 동안 여당 주최로 열린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 세미나에서 “이른바 동맹파들이 너무 많다”면서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인적 개혁’을 요구하는 주장이 나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여러 의원들은 물론 현직 외교부 1차관까지 앉아있는 자리에서 여당 대표의 후원회장(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미국에서 대통령을 수행중인 외교안보라인의 청산을 주장한 것. 이와 더불어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더 강한 대북 유화책 등을 강조하며 NSC 구성 등에 대한 문제제기를 시작했다. 이 대통령이 미국 현지에서 ‘E.N.D 이니셔티브’를 제시하는 등 북한에 대한 대화 드라이브를 거는 와중에 국내에서 올드보이들이 “더 세게”를 주장하며 압박을 가하고 나선 것.
그 방향성에 대한 판단과 별개로 이런 흐름은 매우 이례적이고 좋지 않다. 노무현 정부 당시 자주파 vs 동맹파 갈등을 연상시키는데다가 대통령을 수행하던 고위관계자가 미국에서 “우리는 다 실용파”라고 해명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와 더불어 경주 APEC 계기 북미 대화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부쩍 늘었다.
올드보이들이 진보적 방향으로 추동하면서 정부 어젠다 가운데 대북이슈가 위로 올라오는 흐름이다. 지금 상황에서 이른 흐름이 적절한지 의문스럽다. 대통령실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흐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정동영, 정세현 등이 주장하는 흐름이 가시화된다하더라도(두 국가 인정, 현실적으로 현 상황에서 북핵에 대한 언급 자제, 탑다운 방식 북미 대화 재개) 이는 오히려 현 정부에 더 큰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8월 말, 한미정상회담 직후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은 “앞으로 몇 주간은 민생에 집중할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지난 한 달의 흐름은 영 딴판이다.
물론 외교, 민생경제, 사건사고 등의 난제는 언제나 발생하기 마련이다. 금방 해결이 쉽지 않은 것들도 많다. 하지만 그 난제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 그 난제들에 집중하는지는 오롯이 정부여당의 몫이다. 그런데 지난 한달 여간 여당은 계속 좋지 않은 태도를 취하고 있고 대통령실은 그 흐름을 제어하지 못하고 끌려 다니는 느낌이다. 여기에 대북, 대미 이슈도 더해지고 있다.
만약 이번 주 동안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또 긴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지방선거 출마 희망자들을 중심으로 강성 지지층에 소구하기 위한 급진적 주장들이 쏟아진다면 국정동력에 상당한 손상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면 또 엉뚱한 처방이 나오고, 이로 인해 국정동력이 또 떨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