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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3/20] 한일정상회담이 드러낸 범여권의 문제점 2024-04-17 18:31:49
여권 상황이 좋지 않다. ‘위기’라 부르긴 과하지만, 대통령실과 당에 예견됐던 리스크들이 함께 터져 나오고 있다. 메시지, 일정과 업무의 연속성, 메신저들의 신뢰 등 ‘정무’적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 이런 식이면 3월 한일 정상회담-4월 한미정상회담- 5월 G7으로 이어지는 외교 시즌에 기대하는 효과를 거두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본질적으로,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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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외교부-여당 능력은 의문이지만 한일 관계 개선 자체는 궤도에 오를 듯

 

이번 한일 정상회담의 흐름 자체는 충분히 예견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방일 직전에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선제적 독자안을 제시했지만, 이 역시 여러 경로를 통해 예고편이 나왔던 것. 일본 입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를 전향적으로 평가하겠지만,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등으로 인해, 이런 흐름이 차기 정권까지 연속성을 지닐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다. 실제로 일본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 대해 성의와 예우를 갖췄지만, 우리 측 조치에 대한 실질적 화답 측면에선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관련 부처가 이런 흐름에 걸맞게 대응했는지는 평가가 다양할 것이다. 정상회담 직전에 외교부 쪽에는 ‘배상안 발표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주장했지만 빠른 진척을 바라는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했다’라는 식으로 한 발 빼는 기사가 흘러나왔다. 대통령실에서는 베테랑 외교관 출신으로 정상회담 준비 경험이 풍부한 의전비서관의 사임 소식이 나왔다. 이후 정상회담장 주변의 브리핑은 양국 정상의 스킨십과 식음료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물론 한미정상회담을 거치면서 윤 대통령의 선제적이고 과감한 드라이브에 대한 일본 측의 화답이 순차적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외교 시즌은 한일 정상회담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국내 여론에 이번 제안의 불가피성, 함의와 전략적 프로세스를 사전 사후로 설명하고 힘을 받는 과정이 너무 부족했다. 관련 부처 장관, 대통령실 안보실장/차장 등이 연달아 언론에 출연했지만, 설명이 너무나 소략하고 수세적이었다. 여당에서도 야당에 대한 반격 외엔 별 의미 있는 메시지가 나오지 않았다. 범여권에 외교 안보에 대해 역량과 상징성을 지닌 메신저도 안 보인다. 한일 관계 개선에 적극적이고 통상 정부에 힘을 실어주기 마련인 원로 외교관 그룹들도 팔짱을 끼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바로 이 지점이 심각한 문제다. 향후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대통령실과 부처, 여당이 국빈방문의 상징성, 대통령 내외에 대한 환대 등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한일 관계 개선은 궤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번 정상회담 전후 경과에 대해 여론은 부정적이지만 전통적으로 인화성이 높은 반일정서와는 결합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양국의 영화(애니메이션), 드라마, 음악, 스포츠, 음식 등 문화 콘텐츠의 상호 소비 행태는 ‘교류’라 부를 만한 수준을 넘어섰다. 야당이나 민족주의 성향의 시민단체들의 강한 비난 발언이나 장외 집회에도 힘이 붙지 않고 있다.

한일정상회담 국면에 가려져 있지만 여당 상황도 좋지 않다. 일단 안철수 지지층, 이준석 지지자 등 지지층의 모듈이 떨어져 나가는 데 대한 대응책이나 문제의식이 보이지 않는다. 근로시간 개편안 등 정책에 대해 우왕좌왕하는 행보 역시 이러한 현상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여당은 스스로 전략을 수립하고 이에 걸맞은 기획을 진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 자문을 해볼 필요가 있다. 이는 대통령실과 다른 흐름을 가져야 한다, 차별화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대통령실이 당을 장악하고 이끌만한 정무적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만 바라보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민주당, 숨 고르기 길어지기 힘들어

 

민주당은 주류, 비주류 모두 단기적 숨 고르기를 하는 느낌이다. 어느 쪽도 이 상황을 타개할 만한 명분과 힘을 갖추지 못했고 윤석열 대통령의 대일 행보에 대해 한목소리를 낼 명분도 있기 때문.

하지만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불구속 기소는 당헌 80조에 대한 논란을 재점화시킬 것이고, 원내대표 경선도 다가오는 등 숨 고르기가 길어져 봉합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한일관계, 한미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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