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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12/5] 윤 대통령, 작은 ‘성공’(?)이 족쇄 안 되게 해야 2024-04-17 13:38:36
지난주는 카타르 월드컵과 화물연대 파업이라는 두 이슈의 지배력이 높았다. 이로 인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의 난항, 여야 갈등, 전 정부를 향한 검찰 수사와 이에 대한 반발 등 인화력 높은 여러 이슈는 숨을 고르는 형국이었다. 이 이슈들은 해결되거나 종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곧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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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공공부문의 노정 갈등은 앞으로 점점 커질 것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는 화물연대 파업은 여러 시사점을 남기고 있다.

지난 2002년 6월 조직 결성 이후 20년이 지나면서 화물연대의 사회적 영향력과 인지도는 점점 높아졌다. 화물자동차-물류가 일반인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데다가 대기업-대공장 노조나 소규모 사업장들이 모인 비정규직 노조에 비해 전체 산업현장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월등하게 높기 때문. 게다가 화물연대 구성원들의 실질적 사용자는 개별 화주지만 쟁점은 유가보조금이나 안전운임제 등 각종 규제와 보조금 등 정책 요인에 집중되고 있어서 노-사가 아니라 노-정 사이에 주로 쟁점이 형성된다.

화물연대 파업을 기점으로 조직된 다른 파업의 주체들도 서울대병원, 학교 비정규직, 서울교통공사, 철도노조 등 대부분이 공공영역에 집중되어 있다. 파업의 실질적 상대가 정부라는 이야기다. 고임금 대기업은 노조 활동과 파업의 유인이 떨어지고 저임금 중소기업은 노조 결성 자체가 힘들고 기업의 여력이 없는 양극화가 지속되고 있는 환경에서 이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공공영역 상층부는 구조조정에 대한 반발이 거세고 하층부는 사회복지서비스 확충으로 조직 확대가 지속되면서 노동운동에서 차지하는 비중 자체가 커지고 있다. 사실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화물연대 파업은 정부의 강공, 여론의 냉소적 반응 등으로 인해 이미 기세가 꺾였다. 더 늦게 시작한 다른 공공영역의 파업들은 오히려 일찍 마무리됐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 제고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 기저에 이같은 구조적, 거시적 환경 변화에 대한 전략적 고민이 깔려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번 상황에 국한해보자면 대통령 임기 초인데다가 주요 선거가 아직 멀리 떨어져 있다는 시기적 요인, 낮은 지지율이 오히려 정부 운신의 폭을 넓혔다는 점(노동계나 진보진영에 대한 정무적 부담이 낮음) 등이 강점으로 작용했지만 앞으로 4년 내내 이러라는 법은 없다.

게다가 준법을 강조하는 강경 모드로 지지율이 일정 부분 제고되는 것은 지지율의 단계적 상승, 연말연시 대통령실과 내각의 인사 쇄신-전당대회로 이어지는 국정 리셋 프로세스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작은 성공(?)이 오히려 족쇄가 될 수도 있다는 것. 전략적 숙고가 필요할 것이다.

민영화 반대 프레임만 과도하게 넓혀두고 있는 야당 역시 마찬가지다. 직전 정부를 운영했고 169석을 보유하고 있는 원내 제1당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지층의 결집이 자신에게 압박되는 구조에 균열 내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나 예산안 처리는 계속 미루거나 뭉개고 넘어갈 수 있는 사안들이 아니다. 여야 원내대표들이 나름대로 절충지점을 계속 만들어내려 노력하고 있지만 각 진영의 압박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제도적으로 보든 정치적으로 보든 어느 쪽도 상대를 굴복시킬 힘을 갖고 있지 않다. 게다가 연말연시 현시점은 단기적 ‘파국’을 택하기엔 여러 부담이 너무 크다. 이런 경우엔 당연히 여권의 부담과 책임이 더 큰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지지율 제고로 한숨을 돌리고 있다면 더 유연하고 전략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번 국면은, 지지층의 결집이 일을 풀어가는 동력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을 막는 압박이 되는 구조에 균열을 내는 단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이태원 참사, 화물연대파업,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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