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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4/12] 여당 원내대표 경선, 갈림길에서 첫 선택 2024-04-16 17:56:51
4.7 선거 결과, 이후 흐름도 모두 예상대로 진행되고 있다. 야당도 좋은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선 만만찮은 과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여권은 큰 위기에 직면했다. 선거 결과는 어찌 보면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당정청의 총체적 문제점이 점점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좋게 보면 쇄신의 기회를 잡은 것이겠지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진 않아 보인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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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선거 책임에서 비켜서 있지만 선택의 기로에 서 

 

선거 참패 직후 민주당에서 아직 대논쟁이 벌어지고 있진 못하다. 금주 중 원내대표 경선(12일)이 실시되고 청와대도 정무수석 등을 교체할 계획을 잡아놓고 있기 때문에 이후 전당대회, 총리 교체 등까지 이어지는 일정 속에서는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논쟁의 방향은 예측할 수 있다. “총선에서 범여 180석이나 되는 의석을 몰아줬음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개혁을 추진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것과 “오만과 독선으로 밀어붙였을 뿐 민생과 민심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두 흐름이 충돌할 것이다.

선거 결과, 전문가들의 제언, 의원들의 전반적 기류, 여론의 요구는 대체로 후자 쪽이다. 하지만 김어준으로 대표되는 ‘핵심 지지층’은 전자에 힘을 싣고 있다. 정청래 의원의 경우 "당원게시판, 각종 커뮤니티, 각종 진보 스피커 방송에서 당원들이 목소리를 내야 뜻이 관철된다"고 주장했다.

강경론이 득세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중도층이 이반하면서 당의 지지율이 낮아질수록 강경파의 비중이 높아지고 여론과 괴리도가 높아지는 악순환 고리가 강해지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 흐름이다.

정 의원뿐 아니라 초선 의원들, 당권 주자들이 입을 모아 최고위원 선출 룰을 변경하자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원의 힘을 모으자”는 주장의 귀결점을 예측하기 어렵지 않다. 전례도 있다. 새누리당의 경우 지난 2016년 ‘진박 공천’ 논란 등으로 총선에서 참패했지만 이후 전당대회에서 ‘당원의 힘’으로 박 전 대통령의 복심인 이정현 전 의원을 대표로 선출했다. 이후 민심과 당청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면서 파국적 결과를 맞았다.

이런 상황에 대한 당 안팎의 우려가 적지 않지만 수년간 지속되어온 여권의 ‘원팀’ 구조가 가장 큰 본질적 문제다. 조국 전 장관 사태, 손혜원-윤미향 논란, 추미애-윤석열 충돌 등 여러 고비 고비에서 비주류와 비판적 여론이 피드백되기는커녕 주류의 구심력만 높아졌다. ‘조금박해’는 형해화 됐고 현재는 조응천 의원 정도만 남아있다.

다만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차별화된 이미지의 소유자다. 하지만 이 지사는 여권 내 주류보다 오히려 더 강경한 기조를 유지해왔다. 이 지사는 선거 패배 이후 책임론에서 비켜서면서 말을 아끼고 있지만 “‘기득권’을 꺾는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 검찰과 언론개혁이 부족하다”는 기존 입장에서 선회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실질적으로 ‘다른 흐름’이 힘을 얻기 쉽지 않은 형국인 것. 오히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주목을 끌려 하고 있다.

 

무기력한 청와대, 정무수석은 누구로?

 

선거 이후 목소리를 낮추고 있지만 결국 책임은 청와대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따지고 보면 지난 1월 신현수 전 민정수석 사태 이후 청와대는 무기력한 모습을 노출했다. 야당은 ‘발목을 잡을 역량’조차 없었고 여당 역시 ‘원팀’의 일원이지만 정책과 정무, 인사 등 모든 영역에서 기조 자체를 잡지 못했다.

4.7 재보선 이후 며칠 동안도 민심을 직시하는 메시지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 과거처럼 야당이나 검찰, 혹은 다른 ‘적폐 세력’과 갈등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헤게모니를 강화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유영민 비서실장-김진국 민정수석 라인업의 정무적 역량이 강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정무수석 교체부터 이후 개각과 총리 인사는 향후 대선까지 이어지는 거의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다.

아직 너무 빠른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포스트 4.7’ 정국에서도 인사청문회를 형해화시키면서 인사를 단행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4.7 재보선,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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