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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11/18] 불출마 선언, 인적 쇄신의 동학(動學) 2024-04-22 23:23:51
총선을 5개월 여 앞둔 상황이다. 여야에서 불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평소보다는 좀 빠른 흐름이다. 17일에는 여당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아예 현실 정치 은퇴 선언을 했고 야당의 김세연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했다. 두 사람 다 각 진영 내부에서 평가가 나빠서 압박을 받고 있던 인물들이 아니다. 오히려 새 흐름을 열 역량을 갖췄다는 기대를 받던 인물들이다. 어떤 나비효과가 나타날 것인가?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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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비서실장’ 정계은퇴 선언의 의미

 

서울 종로 출마가 점쳐지던 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제도권 정치 은퇴’ 선언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정권의 개국공신이자 첫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통령 임기 절반을 막 지난 상황에서 정계 은퇴를 선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근혜 정부의 허태열 정도를 제외한 모든 첫 비서실장들은 정치인 출신이 아닌 경우에도 청와대를 떠난 후 내각이나 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대통령의 의중을 내각과 당에 전파하고 구현하는 키맨으로 활동한 것.

이런 점에서 볼 때 임 전 실장의 선언은 개인 임종석의 면과 첫 대통령 비서실장의 면을 나눠봐야 한다. 사실 임 전 실장은 청와대를 나온 이후 별다른 정치적 역할을 하지 않고 있었다.

임종석의 그 시간은 ‘충전과 총선 준비’로 해석됐다. 그리고 통상 ‘전 비서실장’이 하던 일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수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예 정치판을 떠나겠다고 선언한 것. 임 전 실장의 이 같은 선언은 향후 여권 내 인적 자원들의 역할 분담 변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런 흐름이 여권 중심부의 인적 풀, 의견 조정 그룹의 협소화나 일극화로 연결된다면 매우 좋지 않다.

임기 후반을 열면서 개각과 청와대 개편이 점쳐지고 있다. 밖으로 확장성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각과 청와대 경험이 있는 인물들의 활용하여 배치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다. 이는 ‘청와대 출신들 총선 출마 러시’ 같은 기사 제목과는 다른 맥락의 이야기다.

 

김세연 ”다 불출마하고 당은 해체해야“

 

한국당 김세연 의원의 불출마 선언도 울림이 크다. 단기적으로는 임 전 실장의 정계 은퇴보다 더 다양하고 파괴력 있는 효과로 이어질 것이다.

김 의원은 국회 상임위원장과 여의도연구원장을 함께 맡고 있는 3선 의원이지만 1972년생이다. 한국당 입장에선 70년대 생을 데려와도 모자랄 판인 상황이다.

여의도연구원장을 지내면서 지금 한국당 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할 말은 하는 사람으로 꼽히는 김 의원에 대한 보수 진영의 기대는 불출마가 아니었다.

TK-PK의 존재감 없는 중진들을 대거 퇴진시키고 신인들을 과감하게 투입하고 김세연 의원 등이 새로운 리더쉽을 발휘하는 그림이었던 것.

게다가 김 의원의 메시지도 독하다. 뼈있는 말과 덕담이 섞여 있는 것이 관례인 통상적인 불출마의 변과는 달랐다. 김 의원은 황교안, 나경원 두 사람을 적시해 “물러나야 한다”고 압박했고, 한국당에 대해서도 “수명을 다했다. 이 당으로는 대선 승리는커녕 총선 승리도 이뤄낼 수 없다. 무너지는 나라를 지켜낼 수 없다.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고 규정했다.

주요 인사들은 불출마하고 한국당은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장 김 의원의 주장이 현실화되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김 의원은 남은 임기 6개월 간 더욱 열심히 의정활동에 임하겠다고 선언했다.

김세연발 논쟁이 이어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돌아갈 곳 없는 자들만 남는다?

 

흥미로운 것은 김세연과 임종석 두 사람의 선언 말미가 거의 흡사하다는 점이다.

김세연 의원은 ”원래 제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갑니다. 비록 공적인 분야에 있지 않더라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의 공적 책무감을 간직하면서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데 미력이지만 늘 함께 노력하겠습니다“라고 했고, 임 전 실장은 ”저는 이제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마음 먹은 대로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합니다. 앞으로의 시간은 다시 통일 운동에 매진하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이철희, 표창원 두 사람의 불출마 선언도 비슷한 느낌을 남겼지만, 정치권이 돌아갈 곳 없는 자들만 버티는 곳이 돼버리는 느낌이다. 여야를 떠나 정치권 전체가 이런 흐름에 대해 성찰적이고 생산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정치혐오는 비가역적인 선을 넘게 될 것이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김세연, 임종석, 불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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