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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5/13] 한국당, 이번 놓치면 ‘다음’은 쉽게 오지 않을 것 2024-04-17 04:14:51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이 지나갔다. 공교롭게도 그날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좋지 않은 흐름이지만, 오히려 교착된 정국의 공간을 만들어주는 상황이 되버렸다. 각 정치 주체들이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국면이 열린 것. 특히 한국당의 선택이 중요하게 됐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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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과 나경원 먼저 청와대 들어가기 경쟁할 수도

 

우리 정부는 이미 대북 식량지원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이 방안에 대한 동의를 얻어냈고 당장 지원 가능한 분량이 30만톤에 달한다는 구체적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자유한국당의 반대는 큰 고려 사안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북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식량 지원에 대해서 한미 간에 합의한 것이 발사 이전인데, 그 이후 또다시 발사가 있었기 때문에 이 점에 대해선 국민 공감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야 정치권 사이에 충분히 논의도 필요하다 생각한다"며 "북에 대한 식량 지원에 대해선 대통령과 여야가 모여 협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차제에 대통령과 여야 회동이 있으면 좋겠다"고 한 발 더 나아갔다.

그 다음날 아침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북한의 미사일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답은 식량지원이었다"고 비난하면서도 "행정부와 입법부가 의견을 나누는 진정한 의미의 여야정합의체를 요구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후 나 원내대표는 ‘교섭단체끼리만 모일 것’등으로 조건을 더 구체화시켰다. 황교안 대표 역시 ‘의제를 늘리자’, ‘(원내 정당 대표) 5명은 너무 많다’며 조건을 제시했다.

계속 밖에 머무를 수는 없고, 레퍼토리도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원내 복귀 타이밍을 저울질 하고 있던 한국당 입장에선 기회가 생긴 것이다. 장외의 ‘민생-투쟁’으로 존재감을 상당히 부각시킨 황교안 대표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나경원 원내대표와 황교안 대표 사이의 묘한 경쟁구도도 느껴진다.

만약 한국당이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다음'은 금방 찾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장외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부적 긴장감과 대중들이 받는 자극은 점점 떨어질 것이다. 그러다보면 ‘말 사고’가 잦아질 수밖에 없다.

 

여권, 민생에 긴장감 높여야

 

청와대와 여권은 ‘민생’ 분야에 긴장감을 높일 필요가 있다. 최근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관료들을 질타하는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방송을 탔지만, 그 이야기는 말 그대로 내밀하게 할 것들이다.

집권 3년차에 어울리지 않는 장면이다. 주52시간 노동에서 파생된 버스 파업 문제,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서부 수도권의 술렁거림 등에 대한 책임을 관료나 야당에게 돌릴 순 없는 노릇 아닌가?

정치적 충돌로 추경이 난항을 겪고 있지만, 확장적 재정 정책 등에 대한 논란은 야당과 크게 상관없는 이야기 아닌가? 예컨대 “대책을 만들라”는 건 적확한 지시도, 지침하달도 아니다.

당장 시작될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가 관건이다. 말하는 사람도 안 믿고 듣는 사람도 안 믿는 “최임위에서 독자적으로 결정하는 것” 같은 이야기는 안 하는 게 낫다. 그런 낌새를 챈 탓인지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을 비롯한 공익위원 8명은 단체로 사퇴 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치열한 논의를 통해 기조를 정하고, 그 기조를 충실히 전문가와 대중들에게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 동의 수준은 그 과정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좌우에서 동시에 욕을 먹는다고 해서, 그것이 객관성과 불편부당함의 증거가 될 순 없는 것 아닌가?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대북식량지원, 영수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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