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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10/16]박근혜의 자해적 공세, 대응책은 나와 있다 2024-04-18 03:25:37
청와대와 여당이 예상대로 ‘적폐청산’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다. ‘적폐청산’이 됐든 다른 이름이 됐든 ‘위로부터의 개혁’은 결국 두 마리 토끼를 쫓는 것이다. 과거 청산과 새로운 제도/문화 정립. 추진하기도, 여론의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전자가 용이하다. 하지만 둘 사이에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결국은 제자리걸음이기 십상이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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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의 발표와 법무부의 발표

 

 지난 주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은 세월호 참사 보고일지 및 위기관리 지침 사후 조작 정황을 직접 공개했다. 또한 법무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한 자체 안을 발표했다.

 임 실장의 공개는 공분을 불러일으켰고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다른 야당도 전 정권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법무부의 공수처 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상대적으로 비판 목소리가 높다.

 앞으로도 전 정부나 전 전 정부의 적폐를 공개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기획이 아니다. 나오는 것을 어떻게 내버려두냐”는 입장이다. ‘나오는 것’에 무게를 싣고 있으니 아마 앞으로도 ‘나오는 것’들이 많을 것이다. ‘나오는 것’은 해결해야 한다. 덮고 갈 수 도 없다. 그런데 그 해결이 여론의 심판, 검찰의 수사, 법원의 판결로 완성되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공수처안을 두고 법무부에 대한 비난 목소리가 높다. 허울만 남았다는 것이다. 말인즉슨 과도한 검찰권력은 제대로 손을 대지 못했다는 것. 그런데 법무부 장관은 새 정부가 발탁한 교수 출신이고 법무부의 핵심인 법무실장도 개혁적 판사 출신이다. 아직은 검찰에 대한 효용이 높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적폐청산이 완료되면(적폐청산에 완료라는 개념이 성립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검찰 힘을 빼긴 더 어려워질 것이 분명하다.

 헌법재판소장 부결, 대법원장 가결 이후 여권에선 ‘협치의 재구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다. 콤팩트한 적폐청산과 의회 과반 이상을 포괄하는 ‘협치 연대’가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선거구제 개편, 개헌 논의로 연결되면서 정치적 전선이 재편되는 플랜이다.

 그런데 최근 기류는 기존 전선의 심화 쪽인 듯하다. 야당이 전반적으로 지리멸렬하면서 ‘버티는 힘’이 더 강한 자유한국당의 상대적 우위가 나타났다. 완전 통합은 이르겠지만 바른정당 의원의 상당수는 자유한국당으로 이탈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됐다. 한국당 지지율은 다른 야당을 안정적으로 따돌리며 격차를 벌리고 있다. 한국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여당의 유일한 적대자-카운터파트로 자리매김 ‘당하고’ 있어서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둘러싼 논란을 보면 청와대는 이 같은 흐름에 별 우려가 없어 보인다. 정치적 가치, 지지와 반대, 정치적 책임은 길게 보면 같은 흐름을 가질지 모르겠지만 (하지만 이 역시 저절로 가는 건 아니다) 세밀하게 쪼개서 볼 필요도 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에 대한 야당의 ‘무례’와 별개로 헌재권한대행 체제는 오래가선 안 된다.

 

그를 버려두라

 

 구속 연장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은 법정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방어권을 포기하는 자해적 전략을 통해 공세로 전환한 것이다.

 자기 정당성의 주장이나 양형에 대한 다툼을 완전히 포기한 대신 ‘너무한다’는 정서적 무기를 선택한 것.

 이 정서적 무기가 재판이 전망이나 여론 지형을 본질적으로 바꿀 리는 만무하다. 하지만 재판부와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긴 충분하다. 게다가 청와대와 여권의 드라이브를 받아 오히려 양자구도를 강화하며 ‘박근혜 출당’을 고리로 실질적 보수통합을 견인하려는 자유한국당의 스탠스까지도 어렵게 만들었다. 출정거부, 단식 등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다음 수순이다. 국민적 질타를 아랑곳 할리도 없다.

 버려두고 새 흐름, 전선으로 이동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 아닐까?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임종석, 적폐청산, 김이수,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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