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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8/21] 메신저 거부현상 탈피 못하는 野, 언론은? 2024-04-23 04:55:22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이 지났다. 시각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지난 100일 간은 합격점을 줄만하다. 개별 정책이나 국정 기조의 변화보다 정부와 공공성에 대한 신뢰를 회복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 ‘100일 주간’ 역시 큰 무리 없이 넘어갔다. 무엇보다 점증돼가던 안보 불안 상황에 브레이크가 걸린 느낌이다. 하지만 이낙연 총리가 최근에 말한 바, 이제부터 현 정부는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적폐청산’이 성과를 거두면 거둘수록. 앞으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 前 정부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다. 그런데 정부가 이처럼 ‘고독한 레이스’를 해야 한다면 모두에게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 경쟁자든 견제자든 혹은 페이스메이커든 야당의 역할은 반드시 필요하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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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성이냐 하인리히 법칙이냐

 

 100일 계기 기자회견과 대국민보고라는 두 행사에서 청와대는 상당히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안팎의 난제들이 있지만, 지금 정부는 국정을 장악하고 있으며 여론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언론들이 상당히 위축된 느낌을 남겼다. 기자회견에선 긴장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 파동 등 인사난맥상이나 계란 파동 등에 대한 구체적 지적도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3개 지상파 방송과 2개 케이블채널을 통해 생중계된 ‘국민보고회’에서 직접민주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전 두 정부에서 직접 민주주의 기제가 위축을 넘어 불온시 됐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국정은 막대구부리기식으로 운영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야당들이 메신저 거부현상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의 역할은 확대될 필요가 있다.

 80%를 상회하는 지지율과 여론의 지지가 꺾일 조짐도 잘 안 보이지만, 국정 운영의 문제점들도 엿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탈원전, 소득주도성장 등 거시적 의제들은 어차피 이념과 소신에 따라 찬반이 엇갈릴 수밖에 없는 사안들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론의 여지가 없는 사안, 실무적인 문제들에서 실점이 누적되면 회복이 어렵다.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인사 관련 질문을 받고 ‘문제없다. 잘 하고 있다’는 기조로 답했다. 아마도 본인은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전 정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내지는 ‘일을 좀 하게 해주고 결과를 놓고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차관급 이상 낙마자 네 사람이 모두 권력의 핵심동심원 내에 있는 사람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제는 간단치 않다. 문제의식을 못 느낀다면 그것이 문제의 출발이다. 계란파동 역시 책임의 정점에 있는 식약처장의 이력이 핵심동심원 내라는 점을 엄중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맹성의 계기가 되느냐, 하인리히 법칙의 전조가 되느냐는 모두 청와대에 달렸다. 청와대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곧 진행될 공기업-산하기관 인사에서 드러날 것이다.

 

독특한 양상의 당청갈등

 

 이제 ‘당청 갈등’의 조짐도 엿보이기 시작한다. 어느 정부에서든 피할 수 없는 일이고, 잘 진행될 경우 생산적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의 양상은 매우 독특하다. 비주류와 주류의 격돌, 강경개혁과 온건개혁의 충돌도 아니다. 추미애 대표는 지금까지 인사나 안보, 국정운영 면에 대해서는 “원내대표의 일”이라며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추 대표의 메시지는 거의 야당 공격에 집중됐고 이제는 ‘정당발전’쪽을 향하고 있다.

 ‘시도당으로 과감한 권한 이양’, ‘권리당원의 직접적 참여 확대’ 등은 그 자체로선 배치되는 의제도 아니고 좋은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의제 충돌의 실제가 어떤 의미였는지는 정치권 인사 뿐 아니라 국민들도 다 알고 있다.

 사실 여권이 이처럼 ‘여유’있게 움직일 수 있는 공의 절반 이상은 야당에게 돌아가야만 한다. 국민의당 전당대회를 계기로 각 야당들이 재정비를 마치지 못하면 이 같은 불균형한 상황이 상당히 오래 지속될 것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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