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4일 미국으로 떠나 5박 7일의 일정을 진행하게 된다. 미 오바마 행정부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 초청 이후 12년 만의 국빈 방문인 것. 한미FTA 비준을 계기로 성사된 당시 국빈 방문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백악관 공식 만찬, 국무부 청사 공식 오찬 등 국민 방문의 공식적 행사 외에도 한식당 우래옥에서 비공식 불고기 만찬, 펜타곤의 지휘통제실 격인 ‘탱크룸’에서 미 군 수뇌부가 준비태세 브리핑 등의 일정이 진행됐다.
당시 국무부 청사 공식 오찬을 주재한 부통령이 바로 바이든 현 대통령인 것. 한일 정상회담,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대만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등으로 볼 때 이번에도 미국 측의 의전과 준비는 극진할 가능성이 높다. 현 상황에서 한국 정부를 뒷받침하는 것이 자국 국익에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물론 IRA등 경제적 사안이나 다른 안보 이슈에서 립 서비스 이상의 많은 성과가 나오는냐가 관건이겠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자세 역시 이전과는 달라야 할 것이다. 정상회담에서 상대국의 마음을 사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결국 우리 국민의 마음과 국익을 사기 위해서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 보다 상대가 우선이라는 느낌을 국민들이 받게 해선 안 된다. 이번 정상회담이 무난하게 진행된다면 히로시마 G7까지 외교안보상 긍정적 흐름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십성 사건 사고가 다시 발생한다면, 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선 해석이 엇갈릴 수 있지만, 지지율이 한 단계 더 내려앉을 수 있다. 올라가야 할 때 올라가지도 못하고 내려앉으면 두 배의 손실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의 난맥으로 인해 오랜만에 반사이익을 거두는가 했던 민주당은 ‘돈봉투’ 사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송영길 전 대표가 조기 귀국, 탈당을 언급했지만 메시지의 핵심적 내용은 여전히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에서 변함이 없었다.
이 사안은 사법적 리스크 뿐 아니라 원내대표 경선, 당내 계파 갈등, 공천을 둘러싼 물밑 신경전 등이 맞물려 있어서 더 복잡한 것. 특히 의원들 상당수 이름이 거명되고 있는 인천, 봉투를 마련하고 배포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강래구씨의 지역적 기반인 대전, “호남은 해야 돼”로 표현된 광주전남 야권이 그렇다.
현재 이재명 대표는 이 상황에 대해 제대로 된 메시지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초기에 “별거 아니다”는 식으로 언급했던 주류 측 인사들도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입을 다물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면 이번 사건은 이재명 대표 리스크를 포함한 민주당 내 여러 문제점들의 애매한 봉합을 막고 본질적 혁신을 추동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불씨를 당길 수 있는 쇄신파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이번 사안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사람들은 대체로 범주류에 속하지만, 비명계-비주류라고 해서 새롭고 깨끗한 이미지를 갖추고 있는 것도 아닌 것. 이는 여당에 대한 시사점도 된다. 비쥬류, 개혁파가 존재하는 조직은 위기 상황에서 자기 복원력을 발휘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수도 있는 반면 ‘원팀’은 위기에 취약하기 마련이다.
어쨌든 야당에서 자정 흐름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이 역시 제 3지대에는 상당한 동력으로 작용할지 모르겠다. 10년 전 이맘때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무소속으로 등원한 후 3지대 신당을 준비하던 시점이다. 대통령-여당과 1야당의 상황, 기존 정치권에 대한 민심 등만 고려해보면, 그 때보다 지금이 3지대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더 유리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