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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4/3] 현 정부 들어 대통령실 인사 조치는 모두 ‘일정’ 때문 2024-04-21 19:01:31
전당대회 이후 여권은 계속 좋지 않은 상황이다. 야당이나 언론의 문제 제기, 혹은 피치 못할 외부적 이슈 때문도 아니다. 현재 기조나 인적 구성으로는 국면 변화도 쉽지 않을 것 같다. 한미 정상회담, 여당 원내대표 경선을 기점으로 대대적 인적 쇄신을 단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메시지, 일정, 인사를 담당하는 대통령 주변 인사에 대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부정적 흐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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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조치도, 그에 대한 설명도 납득하기 힘들어

 

의전비서관-외교비서관-안보실장 순으로 이어진 대통령실 외교안보라인의 교체는 그 시점이나 전개, 대통령실의 설명 모두가 매우 이례적이다. 먼저 한일 정상회담, 한미 정상회담, G7 정상회담 등 현 정부 출범 이래 최대의 외교 시즌을 앞둔 교체가 그렇다. 이들을 카운터파트로 삼아 논의를 진행했을 상대국 입장에서도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인기 가수들의 공연 제안에 대한 보고 누락이 원인이라는 대통령실의 설명도 의아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이런 이유로 가장 먼저 물러난 의전비서관의 경질 시점과 안보실장 경질 시점 사이 보름 이상의 시차가 잘 설명되지 않는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실의 몇 차례 인사 명분은 모두 일정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지난해 추석 직전 수십여 명의 여당 출신 행정관, 비서관이 경질됐을 때는 나토 정상회의에 민간인 참석 일정이 외부로 유출된 것으로 인한 보안 이슈가 명분이었다. 올 초 기자 출신 부대변인이 경질됐을 때도 중동 순방 일정 유출이 명분이었던 것. 그리고 이번에는 가수 공연 제안 보고 누락을 명분으로 외교관 출신 인사들이 줄줄이 경질됐다.

언론 보도상으로 실제 속사정을 다 알 수는 없지만, 대통령실이 ‘일정’을 그 무엇보다 중시한다고 느끼게 하기는 충분하다. 특히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선 반도체와 밧데리 등 우리의 전략적 주력 상품과 관련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점증하는 북핵 위협에 대한 미국의 핵억지력 증강 등 경제와 안보 문제가 메인 이슈로 떠오른 지 오래인데 이런 사안들이 오히려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이런 상황은 여소야대의 정치적 환경이나 언론의 폭로 등과는 전혀 무관한 것들이다. 블랙핑크-레이디 가가 이슈 역시 대통령실 일부 관계자들이 언론에 적극적으로 피력해서 논란이 증폭된 것들이다. 결국에는 이 공연조차 무산됐다고 한다. 여야의 대립이 첨예한 정치적 이슈들이나 일부 여론의 반발이 불가피한 ‘개혁 이슈’들도 아니고 대통령 해외 순방 일정 때문에 이례적 인사 조치가 이어지는 것들은 심각한 문제다. 지지와 반대 차원보다 더 심각한 신뢰와 예측가능성 차원의 타격에 대한 고민을 여권이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다른 주요 사안들도 제대로 진도가 안 나가고 있긴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회의 이후에도 저출산고령화위원회에서는 별다른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 정치인 출신 나경원 전 부위원장이 해촉된 이후 그 자리를 채운 교수 출신 부위원장은 개인 사정을 이유로 그다음 날 예정됐던 언론 인터뷰도 취소했다. 노동 시간 문제는 고용노동부가 욕받이를 하면서 버티는 형국이다.

여당 지도부는 MZ세대와 스킨십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김재원 최고위원 발언의 존재감이 훨씬 크다. 친윤으로 분류되는 최고위원들은 물론 의원들은 몸을 사리며 지역 일정에 매진하고 있다. 4.3 추념식에는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모두 불참한다. 5.18 묘소에는 뜬금없이 등장한 전두환 전 대통령 손자가 가서 사죄했다.

이달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을 변화의 기점으로 삼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재명 대표 법원 일정 바빠질 텐데

 

여당의 난맥상으로 인해 야당은 한숨 돌리는 분위기지만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공판이 본격화되고 있고 대장동 이슈에 대한 기소 등 사법 리스크는 더 본격화되고 있다. 이 대표가 자기 재판에 줄줄이 출석하는 장면과 발언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야당 역시 원내대표 경선이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대통령실, 인사조치, 한미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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