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의 합작으로 상임위를 통과한 ‘언론중재법’은 25일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언론계와 학계, 시민사회, 야당의 반발이 높지만 여당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선출 이후 여론의 향배에 신경을 쓰고 야당과 갈등을 높이지 않는 행보를 걸어왔다. 경선에 매진하고 있는 대선 주자들이 중도층보다는 지지층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당대표가 짐을 지는 전략적 역할 분담을 실천한 것이다.
그 각각에 대해 판단이 엇갈리는 것이지만 부동산 관련 정책 재조정, 한미연합훈련 연기 불가,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등에서 당대표가 주로 총대를 멨다. 당내 강경파들이나 대선주자들도 송 대표의 이런 행보에 대해 간혹 비판의 목소리를 냈지만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송 대표도 ‘언론중재법’에 대해선 힘을 싣고 있다. 송 대표는 애초부터 이 법에 대해서는 김용민 최고위원,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 등 강성 지지층과 밀착도가 높은 의원들의 몫으로 돌려놓았었다.
경제-민생과 관련된 사안은 당 대표 책임 하에 중도 쪽으로 방향타를 잡은 것과 대조적인 모습인 것.
민주당 강경 지지층이 언론에 대해 매우 적대적이지만 일반 대중들의 대언론 반감도 만만치 않다. 그리고 이 사안은 ‘먹고 사는 문제’와는 거리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처리 실패 시’ 지지층 이탈의 리스크가 ‘단독 처리시’ 반발의 리스크보다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셈법은 나름 합리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의 문제점도 문제점이지만 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여권의 입법 독주 프레임이 재부각되고 있다. 게다가 어떤 이슈와 결합될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최근 여러 사안(백신, 한미연합훈련, 이재용 가석방)에서 나타난 청와대의 무책임성도 이 사안에서 도드라지고 있다. 이른바 ‘조국 사태’ 역시 먹고 사는 문제와는 무관했지만 공정 프레임과 결합하면서 폭발했었다.
물론 민주당은 이달 말부터 국민의힘이 상당수 상임위원장 자리와 국회부의장직을 넘겨받기 때문에 ‘독주 프레임’이 희석될 수 있다고 계산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 경선이 중반전으로 넘어가면서 엉뚱한 이슈들이 터지고 있다. 정책과 비전을 중심으로 갈등이 형성되지 못하는 풍선효과로 돌발 이슈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
지난주의 ‘황교익 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상호간에 친일프레임을 걸면서 낯 뜨거운 공방을 벌였고 김어준, 이해찬 등 책임은 없지만 영향력은 막강한 인물들이 나서서 갈등을 수습했다.
이낙연 후보는 황교익 씨의 거친 공격 앞에서 체면을 구겼고 이재명 후보 역시 ‘이천 화재 시 먹방 촬영’ 이슈까지 불거지면서 타격을 입었다.
그런데 이 사태는 다른 차원에서 민주당에 상당한 고민거리를 남겼다. 방송, 유투브, SNS 등을 통해 덩치가 커진 친여 인플루언서의 영향력 문제다. 중도층에 대한 이들의 영향력은 점점 줄어들거나 오히려 반감이 커지고 있지만 진영 내 영향력은 계속 확대될뿐더러 인플루언서들의 숫자도 늘어나고 있다. 본선에서 이들이 여당 후보를 방어하고 야당 후보를 저격하는 노릇을 하겠지만 이들로 인한 리스크가 상당할 수 있다. 지금도 여당 정치인들은 이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야권의 경우 대체적으로 당대표 리스크를 봉합하고 가야 한다는 분위기로 보인다. 흥행에 성공한 전당대회로 선출된 현 지도부가 비정상적으로 종결될 때의 리스크가 어마어마하고, 어차피 경선이 본격화되면 당대표의 정치적 비중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다만 이준석 대표가 SNS나 언론 인터뷰 활동을 계속 왕성하게 하면서 미시적 논쟁을 지속한다면? 대선 후보는 경선버스의 승객이고 자신이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는 소신을 고수한다면?
예측 불가능한 사태가 벌어질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