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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1/20] 좋지 않은 흐름은 짧게, 좋은 흐름은 길게 2024-04-22 19:12:53
좋은 흐름이 계속 이어질 순 없다. 좋은 흐름을 가능한 길게 끌고 가면서 이후의 나쁜 흐름을 대비하는 것, 나쁜 흐름을 짧게 가져가고 좋은 흐름을 앞당기는 것이 능력이다. 설을 앞두고 지금 여권은 좋지 않은 흐름, 야권은 좋은 흐름을 만나고 있다. 이른바 야당의 시간이 열리고 있는 느낌도 든다. 물론 90여 일 앞둔 총선까지 이 흐름이 그대로 가진 않을 것이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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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검찰 전선, 미스매치 발생 위험 높아

 

현재 여권은 야당에 대해서 그리고 검찰에 대해서 이중 전선을 긋고 있다. 한국당 심판을 내세우는 후보들이 다수지만 ‘검찰 개혁’을 출마 이유로 삼는 예비후보군들(황운하, 장진수 등)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흐름은 정치적, 시간적 미스매치를 일으킬 수도 있다. 고위직인 검사장급에 대한 인사들은 어쨌든 ‘정무적’ 판단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등도 비판받을 점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중간 간부급들과 충돌은 파장을 예측하기 어렵다. 김웅 전 법무연수원 교수의 사직, 심재철 대검 반부패부장과 중간 간부들의 충돌 등이 그렇다. 게다가 이 충돌들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 청와대와 인권위의 엇박자 같은 사안들이 맥놀이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단기적 정국 흐름의 미시적 측면에서 볼 때도, 검찰-사법부 개혁 전선이라는 거시적 측면에서 볼 때도 좋지 않아 보인다. 추미애 장관과 여권이 윤석열을 비롯한 현재 검찰 주류를 완전히 누르고 검찰 내 새로운 흐름을 형성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손익 계산이 쉽지 않다.

‘개혁적 판사’ 출신들의 민주당 합류 흐름도 마찬가지다. 가치와 실리 양면에서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지 잘 와 닿지 않는다. 총선에서 다수의 여당 후보들이 검찰 심판, 개혁을 외친다? 좋을까?

또한, 어차피 겪어야 할 일이지만, 공천을 둘러싼 갈등도 고개를 드는 느낌이다. 문희상 의장의 아들, 인지도가 높지만 논란거리도 높은 청와대 출신 인사들 문제 등이 대표적 예다.

물론 이런 사안들은 피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하지만 이 사안들의 상대적 비중을 낮출 필요가 있다. 경제와 민생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는 인식을 대중들에게 심어줄 때가 됐다. 설 연휴를 분기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야당, 외압과 내압을 긍정적 요인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까

 

야당은, 여전히 시끄럽지만, 그대로 좋은 흐름 쪽이다. 통합을 둘러싼 갈등이나 안철수 전 대표의 귀국을 통한 불안정성 증대도 생산적인 쪽의 잡음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그간 한국당 및 안철수 전 대표 측은 신뢰할 만한 정치적 역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총선이라는 마일스톤은 변화나 통합 등을 향한 외압과 내압을 높이는 기제임에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공천을 둘러싼 잡음, 공천권 행사에 대한 반발의 강도는 야권의 그것이 여권의 그것보다는 낮을 가능성이 있다. 여권에는 ‘이번이 마지막 찬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한편 정의당은 매우 좋지 않은 흐름 속에 들어가 있다. 입소문으로 돌던 갈등 요인들이 수면위로 분출하고 있다.

물론 대중적 ‘진보’정당 vs 진보적 ‘대중’정당 노선 갈등은 정의당의 태생적 과제이기는 하고 선거 때 마다 불거졌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좀 다르다. 과거와 두 가지 차이가 있다.

먼저 민주노동당 이래 여당과 친연성이 이렇게 높았던 적은 없었다. 둘째, 창당 초기 권영길의 리더십이 노회찬-심상정에게 이어진 이후 견제와 협력의 혼재 속에서 두 사람의 리더십이 정의당을 이끌어왔다. 그런데 이젠 권한도 책임도 오롯이 심상정 혼자만의 몫이 돼버렸다.

이십여 년 가까이 당에 몸을 담고 있는 70년대생 활동가들과 심상정의 관계 설정이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검찰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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