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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11/25] 지소미아 ’종료 유예‘, 계산서에 대해 생각해볼 때 2024-04-16 22:09:52
계산서는 결국 돌아오기 마련이다. 미룰 순 있지만 이자가 더 붙는다. 물론 미뤄서 일이 잘 풀릴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선 미룬 기간 동안 면밀한 계산과 지불 보다 더 힘든 준비가 진행되어야 한다. 청와대 앞에 자리를 깔고 앉은 황교안 대표나 지소미아 ‘종료 유예’를 선언한 청와대에 모두 해당하는 이야기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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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법안, 물리적 마감은 닥쳤지만 내용적 마감은 멀었어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 유예’를 선언했다. 지난 8월의 ‘연장 거부’ 만큼이나 힘든 결정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지소미아를 비롯해 다른 나라와 협정을 맺거나 중단하는 것은 주권에 속하는 행위다. 정부의 고유 권한이다.

하지만 이 고유 권한에 대한 책임은 막중하다. 사후 비판이나 선거에 의한 심판 등을 감수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런 행위의 기속력은 애초 행위에 미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유 권한을 행사하는 과정은 가급적 투명해야 하고, 예측 가능성도 담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소미아에 대한 지난 몇 달 간의 진행 상황이 이런 원칙에 부합했는지는 의문이다. 또한 ‘종료 유예’ 발표 직후 여당에서 ”일본의 변화를 수용한 청와대의 결단“, ”원칙의 승리“같은 반응이 나왔다. 청와대는 ”우리의 판정승“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미래’에 대한 기대, 예측, 신뢰까지도 저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종료 유예’와 ‘연장’은 다르다는 청와대와 여당의 설명은 유효기간이 있기 마련이다. 다시 말해 계산서를 한 번 더 미뤄놓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 계산서는 계속 반복해서, 장기간 미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계산서 처리 방법에 대해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이 사실 자체는 모두가 아는 것이다.

국내 정치면에서도 미뤄진 계산서가 도착하고 있다. 11월 27일에는 선거법이, 12월 3일에는 공수처-검찰개혁법안이 각각 본회의에 부의된다. 패스트트랙을 타고 온 사안들이다.

한국 정치에선 항상 ‘마감’이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마감이 닥쳐오면 합의가 강제되고, 합의가 어려울 경우엔 ‘마감의 마감’이 다시 설정되면서 내외부의 압력이 높아졌다. 때로는 ‘강행 처리’로 귀결되고, 상대 정당과 여론이 그 처리를 강하게 비판한 후 ‘용인’하는 식으로 일이 처리됐다.

그런데 지금은 물리적으론 마감이 닥쳐오고 있지만, 내용적으론 ‘마감’까지 한참 남은 상황이다. 힌국당을 제외한 나머지 정당들이 ‘최종 (협상)안’을 도출해야 그걸 가지고 한국당과 협상을 하건 압박을 하건, 강행 처리에 시동을 걸건 최종 마감 시한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동형 비례 도입과 지역구 의석수 축소 최소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의석수를 늘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여론의 수용범위 밖이다. (포지티브 정치개혁을 주장하는 정당과 시민사회의 캠페인 방향이 지속적으로 정치혐오를 강화하는 쪽이었다는 점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물론 ”’저쪽 정치‘가 문제라고 주장했었다“는 반론이 뒤따르겠지만 그 역시 ’청산‘의 논리에 가깝다.)

공수처-검찰개혁 법안 역시 마찬가지다. 언젠가부터 공수처는 ’검찰 견제처‘로 인식되고 있다. 검찰개혁의 가장 구체적 밑그림이라고 할 수 있는 법무부 시행령안을 둘러싸곤 잡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 잡음들의 다수는 검찰 기득권의 저항이라고 치부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어쨌든 연말까지 이런 계산서들이 어떤 식으로든 정리가 될 것이다. 일부는 지불이 될 것이고, 일부는 유예가 될 것이고, 또 일부는 지불됐는지 유예됐는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질 것이다.

계산서를 늘여놓고 다른 판을 벌여서 또 다른 계산서를 짊어지게 되는 것은 최악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다음 달로 예상되는 개각은 여느 때 보다 더 중요하다. 청와대 개편 역시 마찬가지다.

청와대 인사는 청문회를 거치지 않는다. 그건 마음대로 하라는 뜻이 아니라 조금 더 자유롭게 적재적소의 인사를 하라는 의미다. 대통령 임기 후반, 지금 청와대 참모 중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선 이론의 여지가 작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지소미아, 선거법, 패스트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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