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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8/19] 조국 정국, 여권은 시야를 넓히고 멀리 바라봐야 2024-04-17 02:02:42
문재인 대통령이 매우 억제적인 광복절 경축사를 발표한 이후 한일 갈등은 예상대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단기간에 해결될 가능성을 점치긴 어렵지만, 일본이 먼저 상황을 더 악화시키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장관 후보자 내정 이전부터 논란이 많았던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쟁점들이 봇물 터지듯 제기되고 있다. 여권 입장에서 이 국면은 매우 좋지 않다. 사법 개혁을 둘러싼 전선은 애초부터 유리했고, 사노맹 등 과거 전력 역시 역공이 가능한 지점이었다. 하지만 도덕성, 이중성 논란은 다르다. ‘불법은 없다’와 ‘과도한 신상털기다’로 상황 반전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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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에 ‘내로남불’ 프레임 결합되면 타격이 매우 큼

 

통상 인사청문회의 쟁점은 세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후보자의 도덕성, 전문적 역량, 그리고 '코드' 혹은 정치적 성향이다.

의외일 수도 있지만 전문적 역량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박근혜정부 시절 역량 부족을 여러 번 노출해 총리가 해임 건의한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청문회 자리에서 실력논란이 있었지만 무난히 통과했다.

'코드'나 성향은 공방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민들이 대체로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하고 정권과 고위 공직자의 국정철학 공유 필요성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진보 성향의 정부가 진보적인 사람을 쓰고, 보수 성향 정부가 보수적인 사람을 쓰는 건 문제가 안 된다. 후보자가 대통령과 가깝다는 것은 시빗거리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는 강력한 백그라운드이기도 하다. 조국 후보자에 대한 ‘사노맹’ 공방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등의 공안검사 이력을 재조명하게 된다.

반대로 재산, 병역, 부동산 등이나 말 바꾸기 등 도덕성 문제는 다르다. '국민의 눈높이'와 현격한 차이가 날 경우 낙마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도덕성과 코드 논란이 겹치면 파괴력은 더 커진다. 게다가 과거 보수진영의 도덕성 부족을 맹질타했던 조국 후보자에겐 ‘내로남불’ 프레임이 가세하고 있다.

애초 사노맹 전력, 민정수석 시절 업무 능력 등을 맹공했던 한국당도 이제 세 번째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본인이 이사를 지냈고 부인이 현재 이사인 사학 재단, 딸 장학금 논란 등은 대중들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기 쉽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는 도덕성 의혹 문제는 청문회 당일에 해명하고 정책과 비전은 그 이전에 순차적으로 발표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분리 대처가 효과가 있을지, 또한 적절한 것일지는 의문이다.

이제 이 문제는 조 후보자 개인에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사안이 아니더라도 애초부터 조 후보자는 리스크가 컸다. 현 정권의 상징적 인물이고 문 대통령의 ‘페르소나’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본인이 수차례나 공개적으로 조 후보자에 대한 강한 신임을 표출한 바 있다. 즉 조 후보자와 문 대통령 사이에는 충격을 흡수할 ‘버퍼존’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런 까닭에 조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여권 전체, 특히 청와대가 타격을 입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 방어막을 쳐 장관에 임명할 경우에는? ‘적폐 청산’과 사법개혁에 힘이 실릴 수 있을까?

물론 이명박 전 대통령 등 ‘흠은 있지만 일은 잘 할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지닌 사람들이 없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조 후보자가 이 같은 카테고리의 인물로 변신하긴 어려워 보인다.

여권은 시야를 좀 더 넓혀서 멀리 내다볼 필요가 있다. 조 후보자 개인 방어 여부는 이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총선, 나아가 정권 후반부 국정운영에서 어떤 가치를 축으로 삼고 무엇을 목표로 할 것이냐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야당과 지지율 격차가 큰 지금 상황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 그나마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조국,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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