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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7/15] “내가 ‘강’하고 너는 ‘온’해라”는 강온양면책이 아니다 2024-04-17 19:16:01
단발성의 경우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갈등은 그 자체로 생명력과 흐름을 지닌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최근 한일 갈등은 기-승-전-결 가운데 첫 단계 혹은 둘째 단계에 처해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황 관리에 따라 전체적 흐름이 빨라질 수도 있고 ‘승’의 과정이 지난하게 길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예측과 대응이 어려운 문제지만 분절적, 종합적 목표를 분명히 세우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강온 양면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말 자체는 옳다. 하지만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쪽에서 “내가 ‘강’을 맡을 테니 누군가 ‘온’을 맡아라”는 식의 자세를 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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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의장의 분투

 

최근 상황에서 돋보이는 것은 문희상 국회의장의 리더십이다. 이번 사태가 직접 불거지기 전부터 문 의장이 추진해온 한·일 의회외교포럼이 가동되고 있다.

한일의원연맹과 별도 조직인 한일의회외교포럼의 구성은 화려하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 대일 특사단 단장이었고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가장 오랫동안 맡았던 문 의장 본인이 명예회장 자리에 앉았다. 회장은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지냈던 원내 최다선인 무소속 서청원 의원이고 현재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강창일 민주당 의원과 김진표 의원 등도 포진해있다.

자문위원단에는 최상용(DJ정부), 라종일(참여정부), 신각수(MB정부) 전 주일대사와 이원덕 국민대 교수, 남기정 서울대 교수 등이 포진해있다. 탈정파적이고 대일관계에 관해선 최고 역량과 경험을 갖춘 인사들로 구성된 것이다.

문 의장에 따르면 한일의회외교포럼을 중심으로 한 국회 대표단이 이달 말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우리 국회 대표단의 일본 방문에서도 ‘홀대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그런 ‘홀대 논란’ 조차 분위기가 전환되는 시점에선 우리 측의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노련한 원로 정치인인 문 의장과 서청원 의원 등은 이런 지점까지 내다보고 있을 것이다.

원로급 인사들의 분투 속에서 눈에 띄는 것은 ‘지일파’ 명맥의 단절이다. 한일 관계 차원에서 보자면 일제 강점기에 초중등 교육을 받았지만 해방 이후 사회생활을 시작한 YS, DJ, JP, TJ시대가 있었다. 그 다음이 일제 말기에 태어났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 성장한 YS, DJ의 정치적 제자 세대인 유흥수, 문희상, 서청원, 장재식, 김종하 등이었다. 그 다음 쯤이 1950년대에 태어난 동아일보 일본 특파원 출신 이낙연 총리, 재력과 국제적 인맥을 갖춘 정몽준 전 의원 정도다.

그 뒤로는 ‘지일파’라 부를 인사들이 딱히 없다. 일본의 정치적, 경제적 위상이 축소됐고 ‘지일’의 포지션이 정치적 이득이 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부터다. 정치권 뿐 아니라 학계, 외교부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번 상황을 계기로 부품소재 산업 육성, 전략적 물품 수입선의 다변화 같은 장기적 경제 과제들이 언급되고 있는데 대일 인적 네트워크 재구축 역시 같은 맥락의 과제임에 분명하다.

 

능력 없는 사람은 입 다물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쨌든 최근 상황으로 인해 여야, 정치권에선 ‘구체적이고 실질적 대화’가 재개되는 흐름이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조차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대통령과 회동에 응할 뜻을 밝혔다.

여야의 온도차야 불거지겠지만 그 자체가 큰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자기 지지층들을 자극해 ‘종북 vs 친일’프레임을 증폭시키려는 행위도 나타날 것이다. 이에 대해선 각 당 지도부의 전략적 판단이 필수적이다.

역량이 없는 사람은 입이라도 다물고 있게 만들어야 한다. 또한 한일외교연맹 구성원과 자문단 등 문희상 의장 주도로 구축한 역량에 대한 청와대의 전략적 활용 역시 필요하다.

‘기’ 단계의 실책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승’을 헤쳐 나가면 ‘전’과 ‘결’에선 오히려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언제나 그렇지만 ‘지금’이 제일 중요한 시점이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대일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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