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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7/8] 외부 갈등과 내부 갈등의 ‘맥놀이’ 방지가 필요 2024-04-22 14:01:37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이후 북미가 실무 협상 재개를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이로 인해 한숨 돌리는가 했더니 한일 사이의 뇌관이 터졌다. 한일 간의 여러 특수성이 모두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당장은 국내 정치적 갈등이 오히려 잠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여러 맥락에서 나비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외부 갈등과 내부 갈등의 ‘맥놀이’ 현상만은 피해야 할 것이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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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 뭉치자”식으론 돌파하기 어려워

 

이번 한일 갈등의 폭발은 양국 간의 특수성과 최근 글로벌 트렌드를 다 반영하고 있다. 후자는 이런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더라도 그 유지를 위해 ‘노력하는 척’이라도 하던 ‘정치와 경제의 분리 원칙’이 손상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일당독재라는 체제적 특수성을 지난 중국은 그렇다 손치더라도 브렉시트의 서유럽,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관세를 무기로 삼고 있는 미국에 더해 아베 총리의 일본까지 나선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도 수면 아래 국가 전략 차원에서 경제는 정치의 무기였고, 정치는 경제의 무기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로 인한 실질적 효과보다 모든 사람들에게 무기의 사용을 보여주면서 상호 간 공포와 분노를 증폭시키는 것이 기대효과가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는 21일의 일본 참의원 선거를 한 분기점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그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일본 정부의 이번 행위가 깊은 고민과 준비 끝에 단행된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7월 도쿄 올림픽까지 조망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역산해보면 일본 정부는 관계 정상화의 시점을 내년 즈음으로 보고 있을 수도 있다.

어쨌든 현 상황으로 인해 한일 양국 간, 양국 국내의 긴장감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사실 정치적으로만 따진다면 과거 한일 간 갈등이 단기적으로는 (한국 여권 입장에서) 정치적 위기로 작동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돌파구 노릇도 했다. 심지어 독재정권에서도 그랬다. 1960년대 한일 협정 당시의 강력한 국내 반발은 협상 레버지리도 작용했다. 1982년 일본의 교과서 왜곡 파동은 5공 정부의 이니셔티브 강화, 독립기념관 건립 등으로 이어졌다.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기어이 고쳐야겠다. 문민정부의 당당한 도덕성에 입각해서 과거의 군사 정부와 다르다는 것을 일본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1995년 말 발언도 당시에는 ‘사이다’로 받아들여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임기 마지막 해인 2012년 광복절을 즈음해서 한국 대통령 중 최초로 독도를 방문했고 일왕의 사과를 직접 요구하기도 했다.

이번 상황도 비슷하게 전개될 수 있다. 그간 현 정부가 일본에 대해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강경한 태도를 취할 때 지지율은 올랐다. 한국당을 친일 프레임에 묶어놓는 부대 효과도 있었다. 지금도 지지층은 강경하게 반응하고 일부 정치인들의 발언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하지만 과거와 다른 점도 드러날 것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국익 앞에서 하나로 뭉치자’는 수사()의 힘은 과거보다 약해질 것이다. 먼저 ‘국익’을 단순하게 특정할 수도 없고 ‘국익 앞에서 하나로 뭉치지 않는 것’이 선진국의 특성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현재 경제상황에 맞물려 재벌개혁 등에 대해선 반()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

어쨌든 일은 벌어졌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데 대한 잘잘못도 복기해야겠지만 장단기적 목표 수립이 선행되어야 한다. 목표가 도출되어야 그에 대한 토론과 수정을 통한 공감대 형성, 그에 기반을 둔 액션 플랜 수립이 가능하다.

상황의 특성상 모든 부분이 투명하게 공개될 순 없겠지만, 불확실성을 조금씩이라도 낮춰가는 것이 필요하다. 눈에 보이는 손해와 타격보다 더 무섭고 위험한 것은 앞이 보이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한일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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