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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4/22] 이미선 파동, 복기가 필요하다 2024-04-18 05:20:06
문재인 대통령이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이미선 헌법재판관을 임명했다. 자유한국당은 황교안 대표 취임 이래 최초로 장외로 나갔다. 예견됐던 일이다. 이 충돌 이후 양측이 출구전략을 모색하게 될지, 강한 격돌을 좀 더 가져가는 것이 나쁠 것 없다는 판단을 이심전심으로 공유할지 관심사다. 어쨌든 최근 사안에 대한 복기는 필요할 것이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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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청, 그래서 뭘 지켰나?

 

열흘을 넘겨 진행된 이미선 헌법재판관 논란은 일단은 마무리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야당이 판을 뒤집을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미 임명장을 받은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에게 사퇴를 주장한 전례도 거의 없다.

다만 이번 일에 대한 복기는 필요하다.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애초에 청와대는 40대-지방대 출신-여성이라는 점과 노동 사안에 대한 전문성과 능력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주식 문제가 불거지면서 그것 외에 다른 것은 보이지도 않았다. 이 후보자 논란이 도덕의 문제로 여겨진 것으로 임명 반대 응답이 찬성 응답의 두 배에 육박한 여론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청와대 민정수석실, 이 후보자의 배우자 등을 중심으로 집중 해명을 하면서 이 후보자 논란은 도덕의 문제에서 진영의 문제로 바뀌기 시작했다. 여당이 흔쾌해보이진 않았지만 방어막을 쳤고 정의당도 입장을 바꿨다.

이 후보자에 임명에 대한 찬반 여론이 며칠 만에 상당히 변한 결과를 내놓은 특정 여론조사 회사의 설문 문항 논란이 많지만, 어쨌든 그 바뀐 문항 자체는 이런 흐름을 포착 혹은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비판적 입장에선 유도 내지 견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일을 통해 청와대와 여당이 지킨 것은 무엇일까?

이미선 재판관? 그는 주식 문제로 인해 비-서오남(서울법대 출신 오십대 남성)의 상징성이 탈각되고 말았다. 주식 문제가 아니더라도 노동, 소수자 문제 등에 대해 인상적인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이 후보자 임명 이후 청와대와 여권 일부에선 “여기서 밀릴 순 없었다. 국정 주도권이 완전히 넘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국정주도권을 지켰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왜 국정주도권이 흔들릴 위기에 처했나? 이미선 재판관을 지명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재판관이 문제없다고 말한 사람들 상당수가 ‘적격’보다는 ‘비-부적격’(부적격하지 않다)을 주장했다는 점이다.

또한 도덕의 문제를 진영의 문제로 치환 시킨 것은 단기적 국면 돌파에는 유용했을지 몰라도 분명히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지지층 결집을 최우선하는 이 같은 국정 운영이 지속된다면, 만약 총선 국면까지 이 같은 전략으로 돌파하겠다는 생각이라면 더욱 문제다.

지금 한국당 등의 상황을 볼 때 이런 전략으로 총선에 승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아니 상당하다. 그렇지만 진짜 목표가 뭔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이번 헌법재판관 파동, 목표는 무엇이었나?

다른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지킬 의미가 있는 이미선이라는 개인? 서-오-남에 균열을 줄 참신한 인물의 진입? 헌법재판소 내 수적 우위? 국정 주도권?

 

다음 국면으로 넘어가야 한다

 

어쨌든,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야 한다. 이번 주에는 미일 정상회담과 북러 정상회담이 진행된다. 미일 정상회담은 4, 5, 6 세 달 연달아 미국과 일본에서 번갈아 이뤄진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정치적 갈등을 더 심화시키는 것은 위험하다. 여야 모두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야당의 설화 등은 국민이 심판하게 두면 된다. 갈등을 벌이더라도 현안과 정책이 중심에 있어야 한다.

야당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장외 집회 한 번 했으면 됐다. 총선까지 계속 끌고 갈 능력도 안 되지 않나? 지금은 내부를 재정비하고 국민의 신뢰를 증진시킬 때다. 후자를 위해선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는 수밖에 없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이미선, 장외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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