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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10/22] 북한, 유치원, 고용세습 논란, 세 이슈의 동시 부상 2024-04-18 07:13:47
문재인 대통령이 서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했다. 그 사이 사립 유치원 비리 문제와 공공기관 정규직화 과정의 ‘고용 세습’ 의혹이 이슈로 떠올랐다. 외교안보, 교육-보육, 공공영역-고용이라는 한국의 핵심 의제들이 동시에 국민들의 시야 속으로 부상한 것이다. 시각은 다를 수 있겠지만 전부 우리 삶과 직결되는 ‘진짜 의제’들이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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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전략일수록 냉철한 현실인식에 기반해야

 

 문재인 대통령은 귀국길에 “(순방 기간 유럽 국가들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노력에 흔들림 없는 지지를 보내줬고 유럽 통합의 지혜도 나눠줬다”며 “높아진 대한민국의 위상을 실감한 시간이었다”고 순방일정을 결산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번 순방을 현실의 벽을 냉정하게 인식할 계기로 삼을 필요도 있을 것 같다. 문 대통령이 말하기도 했지만, 서유럽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노력’을 지지하고 있다. 그런데 지지하지 않는 나라는 그 어디에도 없다.

 핵심은 전략과 프로세스에 대한 공감대 여부다. 문재인 대통령은 서유럽 정상들을 만나는 자리마다 마중물로서의 대북 제제완화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서유럽은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은 곳도 많고 전통적으로 미국보다 인도적 지원에 적극적이었던 점에 착목한 것을 보인다. 하지만 반응은 예상 밖으로 싸늘했다.

 문제는 그 반응보다 그 반응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이 아닌가 싶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지에서 '유럽국이 완고한 입장인 듯 보이는 것은 그들과 미국과 관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대로 미국의 완고함이 유럽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지에서 이런 발언을 대놓고 하는 것은 문제다. 유럽과도, 우리 스스로 ‘공조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던 미국과 관계에도 결코 좋을 것이 없다.

 교착 상황을 만났을 때 강하게 밀고 나가 국면을 타개하겠다는 전략은 그 자체로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전략 자체도 객관적이고 냉정한 상황인식 속에서 구현돼야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청와대는 ‘우리의 전략은 옳다. 왜냐하면 우리의 방향이 옳기 때문이다’는 식의 자기만족적 프로세스를 갖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네 것보다 내 것 문제가 더 심각’식으론 안 된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주도적으로 제기한 사립유치원 문제에 대한 여론의 호응이 뜨겁다. 당연한 것이 ‘사립유치원의 비리가 심각하다. 이걸 해결해야 한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일부 사립유치원 관계자를 제외하곤 아무도 없을 것이다.

 스스로의 책임이 적지 않을 교육부나 각 교육청들도 저마다 숟가락을 얹고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증요법만큼이나 구조적 문제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필요하다. 문제가 된 유치원장들이나 설립자를 처벌하고 해당 유치원을 퇴출시킨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당장에 국공립 단설 유치원을 대거 설립할 수도 없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야당이 제기한 서울교통공사를 비롯한 공공기관 고용에 대한 의혹 문제도 그렇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데 대해, 고용은 투명해야한다는데 대해 반대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개별 현장의 사정은 매우 복잡하고 어렴풋이 알면서도 고개 돌려버린 현실 문제의 뿌리는 깊다.

 이 두 가지 사안 중 여야가 주력을 쏟는 곳은 엇갈리고 있다. 정치적 공세의 방향도 다르다. 그렇지만 비주력 사안에서 고개를 돌릴 수 없는 것은 양 진영 다 마찬가지다.

 만약 주력 사안에 대한 공세로 껄끄러운 비주력 사안을 덮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돌아오는 것은 정치혐오 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여권은 고용세습 논란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공공부문에서 고용의 질과 양을 확장하겠다는 핵심 기조 자체가 훼손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 훼손이 현실화된다면 그건 야당의 공세 때문이 아니라 여권의 무능력과 모르쇠 때문일 것이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북한, 유치원, 고용세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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