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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6/11] 수퍼위크, 그 다음이 더 어려울 수도 2024-04-17 05:49:05
북미 정상회담, 지방선거-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연달아 진행되는 이번 주는 수퍼위크라고 할 만하다. 두 메가 이벤트 자체는 이제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이라도 짐작은 가능한 상황이다. 지금은 초점을 그 이후로 맞춰야 될 상황이다. 우리 모두는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운 과제들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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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cess’임을 강조한 트럼프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두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통상 양자 정상회담은 두 사람이 마주 앉기 전에 많은 것이 결정되곤 한다. 의제와 두 사람의 캐릭터 특수성상 유동성이 높은 편이지만, 따지고 보면 이번도 크게 다르진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아베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누차 말했듯이 그것은 '과정'(process)"이라며 "한 번의 회담으로 될 협상(one-meeting deal)이 아니다"라고 전망했다.

 일괄타결, CVID 같은 단어가 철회된 것은 아니지만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단계적’이라는 단어의 사용빈도가 높아졌다. 미국의 기본입장인 ‘일괄타결’과 북측의 슬로건이었던 ‘행동 대 행동’ 사이의 어느 지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

 트럼프 대통령이 회동을 취소한 이후 북한이 그들의 관행과 다르게 벼랑끝 전술 대신 유화적 제스처를 취했고, 미국 역시 눈에 띄게 ‘온건한 스텝’을 밟고 있다.

 단기적 국면이지만 각자의 유화적 태도가 상대의 운신의 폭을 넓히는 선순환 구도를 구축하고 있는 것. 다만 첫 회동 결과물에서 CVID라는 단어가 어떤 식으로든 명문화되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이고 문재인 대통령도 까다로운 상황에 처할 것이다.

 이 고비만 넘어서면 북미 간, 남북 간 유화관계는 일정 부분 비가역적 컨베이어벨트 위에 올라설 수 있다.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 북한의 경제 개혁(방)이 늘어날수록 그 비가역적 부분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이 단계에선 범여권의 섬세한 접근도 요구된다.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둘 경우 오히려 ‘수구 보수의 발목잡기 때문이다’라는 정치적 레버리지 하나는 사라지게 된다. 정책이 됐건 발언이 됐건 책임성이 매우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조기에 이에 대한 자각을 갖지 못한다면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선거 이후, 여당도 좋을 것 없다

 

 이번 경우 이틀 앞으로 다가온 선거를 예측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통상 한국의 전국단위 선거에서 영호남은 각각 ‘굳은 자’로 간주됐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 최고 관심 지역, 충청권 등이 스윙보터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이번은 확연히 다르다. 제주, 대구, 경남 정도가 막바지 관심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선거를 결정짓는 두 요소가 결국 정당과 후보(인물)이라면,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을 압도하고 있으니 전국적으로 초강세 현상은 당연한 것이다. 인물 경쟁력에서도 여당이 우세한 곳은 물론이고 여야 모두 인물의 별 특색이 없는 곳에선 여당이 안정적으로 우세하다.

 그렇지 못한 경우가 관심지역이 남는 것. 예를 들어 제주의 경우에는 원희룡 후보가 당적을 버리면서 구도를 인물 대 인물로 이끌고 가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남경필 지사에 대한 도정 평가는 괜찮은 편이었지만 이재명 후보의 인물경쟁력 역시 매우 높았다. 이로 인해 애초엔 격차가 압도적이었는데 이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요소가 부각되면서 격차가 줄어든다고 풀이할 수 있다.

 전국 12곳 국회의원 재보선의 경우 서울을 제외하곤 인물 구도가 부각되는 곳이 거의 없다. 그러면 당 대 당 대결만 남는다. 그래서 결과 예측이 어렵지 않다.

 문제는 선거 이후다. 여당의 경우 선거 기간 중에 사실 상당한 문제점들이 노출됐다. 경제 문제에 대한 당의 무대응-무입장, ‘1-나 밀어주기’나 파란머리 염색 캠페인으로 대표되는 묻지마 선거운동, 상당 부분 기초단체 공천에서 노출된 무원칙-무전략 등. 그런데 이 문제들이 선거로 인해 다 덮여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고, 초반에 교정하지 못하면 반드시 더 크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야당의 경우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동시에 나쁜 결과를 얻는다면 재편-재정립에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이 분명하다. 어려움에 처한 정치집단들이 전략과 용기가 없을 경우 ‘뭉쳐야 산다’는 깃발 아래 오글오글 다시 모이는 경우가 많다. 바른당 다수가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했던 것이 비근한 예다.

 지금 야당의 경우 뭉치면 죽는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슈퍼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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