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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5/21] 북의 압박이 일깨워준 것, 본질적 체제보장은 가능한가? 2024-04-15 22:16:27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확정 발표된 이후 오히려 막바지 삐걱거림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북한도 미국도 이미 ‘진도’를 많이 뺀 상황이라 판이 완전히 뒤집히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한미정상회담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안들, 그 중에서 핵문제와 무관한 것들이 오히려 장기적으로 큰 과제가 될 것이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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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한국을 다르게 대하는 북한

 

 북미, 남북 관계는 최근 일주일 여 사이에 많이 냉각됐다. 그런데 북한은 미국에 대해선 존 볼튼 NSC 안보보좌관만 겨냥해 공격했다. 또 말에 행동이 수반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을 향해서는 다르다. 언론을 통한 맹비난 뿐 아니라 남북 고위급 회담 무기 연기, 풍계리 핵시설 폐기식 참관 행사에 남측 취재단 명단 미접수 등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이 문제 삼는 것은 대략 △볼튼의 비핵화 허들 높이기 발언 △한·미 연합훈련 ‘맥스선더’, △보수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태영호 전 주영국북한공사의 체제 비난 발언 △2년 전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북한식당 여종업원에 대한 송환 요구 등이다.

 이중 볼튼 발언 및 맥스선더 훈련과 나머지 사안은 성격이 다르다. 대체로 민간이나 야당의 북한 비난, 북한 인권 문제 등은 대체로 체제 차이에서 기인한 것으로 북측도 ‘이해’를 해온 사안들이었다. 하지만 이를 문제 삼고 나선 것.

 이런 사안들은 힘겨루기 국면에선 북이 언제든 꺼내들 수 있는 카드기도 하다. 한 번은 불거질 문제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보면 핵, 평화협정 등보다 훨씬 어려운 사안들이다. 한미가 약속하는 ‘체제 보장’은 사실 군사적, 정치적 테두리 안의 것이다. 개혁개방과정에서 체제 이완, 인권적 차원의 외부 감시와 요구 등에 관한 것은 한미 특정 정권이 약속할 수도 없고, 이행을 담보할 수도 없다. 김정은 위원장 이전의 북한이 개혁개방에 소극적이었던 것도 실은 이와 맞닿는다.

 물론 당장은 이 긴장국면이 소시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2일 한미정상회담-24일 문 대통령 귀국 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통전화 통화 추진 등의 시나리오까지 언급되고 있다.

 어쨌든 이제 북미정상회담까지의 단기 국면, 그 이행에 대한 중기 국면, 이행 이후의 장기 국면에 대한 냉철한 접근전략과 시나리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때다. 정부의 몫만이 아니다. 책임 있는 정치세력 모두의 과제다.

 

구체적 의제로 접근해야 국회 생산성 높아질 것

 

 우여곡절 끝에 국회에서 드루킹 특검법, 추경예산안 등이 통과됐다. 난제들은 줄줄이다. 대통령발의 개헌안 처리도 있고 하반기 원구성은 특히 쉽지 않은 문제다.

 현재 여야는 구조적 딜레마에 처해있다. 여권은 양보나 유연성 발휘의 유인을 느끼지 못할뿐더러 실제로 운신의 폭이 넓지도 않다. 야당에 대한 유연한 태도 일체는 강성 지지층에 의해 배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드루킹 사태’ 이후 변화가 보이나 했지만 곧 제자리로 돌아갔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보수의 변화’를 주문받고 있지만 여당에 유화적 태도를 보이는 것과 그건 별개다.

 이 상황에서 여당, 특히 보수여당의 단골 레퍼토리였던 ‘국회 생산성’ ‘법안 처리율’ ‘무노동 무임금’ 등이 본질적 문제 해결에는 별 도움이 안 될 것이 분명하다. ‘적폐청산’ ‘개혁’ 같은 추상적 깃발보다 개별 의제의 구체화를 통한 접근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 이를 위해선 청와대와 여당의 고민이 더 시급하다.

 김경수 전 의원이나 송인배 비서관 등 여권 핵심인사들이 인정하고 있는 범위에 국한해 보더라도 드루킹 사태는 만만찮은 일이다. 여권이 이 문제를 ‘사회주의식 개헌’, ‘나라를 북한에 갖다 바치려 한다’ 같은 얼토당토않은 보수진영의 공격과 등치시킬 일은 아니다.

 무릇 위기는 위기 그 자체보다 위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전화위복이 되기도 하고 더 심화되기도 한다.

 대선을 준비하던 야당 시절의 흠결과 정권을 잡은 후의 잘못, 당연히 후자의 무게가 무겁다. 명백한 규명과 그에 따른 책임이면 전자는 해결되는 문제다. 하지만 전자 때문에 스스로 후자를 키운다면, 일은 커지기 마련이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북미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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