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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2/12] 북한, 핵-우방, 남측 여론이라는 공 세 개의 저글링 2024-04-23 00:39:31
김여정 특사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2박 3일의 여정을 마치고 돌아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들과 4차례의 일정을 함께했고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친서, 남북정상회담 제안 등 북측이 이 국면에 얼마나 공을 쏟고 있는지도 드러났다. 하지만 펜스 미 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는 냉정한 현실을 일깨우는 역할을 했다. 또한 남남 갈등의 요소도 드러났다. 결국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선 북한, 핵-기존 우방, 야당 등 국내여론 이라는 세 가지 허들을 다 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두 번째와 세 번째 허들을 통과의례나 걸림돌로 치부한다면 어떤 일도 진척되지 못할 것이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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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남북정상회담 북한 개최 기정사실화한 김정은

 

 ‘결심’이 단행되면 파격을 주저하지 않는 북한의 스타일이 드러난 며칠이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명목상 국가수반과 사실상 2인자를 함께 보내며 친서를 쥐어줬다. 올림픽을 계기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한 것. 김정은은 이를 통해 남북 정상회담도 전격 제안했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 제안은 몇 가지 지점에서 상당히 흥미롭다. 일단 북한이 국제적 제재를 받고 있는 와중에 공개적으로 정상회담 카드를 내민 것 자체가 가장 큰 전략적 행보다.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 자체에 대해 “여건이 조성되면`”으로 받아넘겼지만 최소 특사 답례 파견 등은 금방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관건은 우리가 언제 ‘핵’이라는 단어를 꺼낼 것이냐다. 북측은 대화, 교류, (핵을 제외한)정치군사회담 등을 줄줄이 제안할 것이다. 우리 내부에도 당장의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선 핵 이야기를 조급히 꺼내선 안 된다는 의견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다. 일리가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미루면 미룰수록 우리 측의 부담은 커질 것이 분명하다.

 경우에 따라 북한, 핵-국제사회, 국내여론이라는 세 가지 요소 중 어느 한 가지의 리스크를 줄이는데 힘을 쏟아야할 때가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세 가지를 동시에 고려하지 않으면 상황은 애초보다 더 악화될 것이 분명하다.

 또한 북한은 이번에 정상회담 제안을 하면서 세 번째 정상회담도 당연히 북측에서 열린다는 것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했다. 2000년 6월 첫째 정상회담은 상징적 의미 등으로 인해 평양 개최에 별다른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6.15 공동선언문에 “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도록 정중히 초청하였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앞으로 적절한 시기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하였다”라는 문구가 명기되었음에도 2차 남북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도 북측은 실무적 연속성을 부정했다. 우리 측도 크게 문제 삼지 않아 2차 남북정상회담에도 평양에서 열렸다. 하지만 당시 회담 준비와 진행 과정에서 북한의 일방적 일정 진행과 변경 등으로 인해 당시 실무자들과 언론 사이에선 “다음에는 한국에서 해야 한다”는 의견이 비등했다.

 이런 까닭에 3차 남북정상회담이 구체적으로 논의된다면 서울, 제주 등이 후보지로 논의될 수 있는 상황인데 북측이 이를 애초에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여러 측면에서 자신들이 이니셔티브를 쥐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관계당국의 현명하고 전략적 대처가 필요한 지점이다.

 

反비판 프레임에 빠지면 리스크는 정부 몫

 

 북측 선수단과 예술공연단은 물론 고위급 대표단도 남측 여론을 의식한 행보로 인해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발표 당시 수준의 논란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 보수야당의 ‘오버’역시 여론에 거꾸로 작용하는 것은 흥미롭다. 북한 예술단 공연에 대한 반응도 좋은 편이다.

 하지만 ‘공정성’, ‘갑질’ 코드는 화약고임에 분명하다. “우리 민족끼리 힘을 모아~” “형편이 나은 우리가 동족에게 양보~”식의 발언이 과도할 경우 순식간에 분위기는 반전될 수 있다.

 또한 미일, 보수언론, 보수파는 북한을 비판하고 진보언론, 정부, 정부 지지자는 그 비판을 반비판하며 북한을 엄호하는 것 같은 프레임이 형성되는 것은 결국 정부에 대한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좀 더 큰 그림과 사고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다중적 전선 중 우선순위에 대한 고민 역시 마찬가지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평창올림픽, 김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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