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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12/4] 질풍노도 야당 vs 영구심판론 여당 2024-04-23 14:09:25
내년도 예산안을 법정 시한내 처리하려는 시도가 실패했다. ‘일은 하게 해주고 책임을 물어라” vs “야당의 당연한 책무’라는 대립구도는 과거와 완벽하게 일치한다. 하지만 국회 선진화법 통과 이후 첫 법정 시한 미준수는 지금이 여소야대 구조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있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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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처리 실패로부터 무엇을 볼 것인가

 

 국회 선진화법 통과 이후 처음으로 예산안 법정시한내 처리가 무산됐지만 이는 과거보다 여당이 약하거나 야당이 강해서가 아니다. ‘숫자’의 문제가 제일 크다. 과거 같았으면 국회의장 직권상정 등이 고려됐겠지만 여소야대에서는 무망한 일. 하다못해 날치기를 하려해도 숫자가 많아야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현 정부 출범 직후부터 지적됐던 두 가지 내재적 이유가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 첫째 여야 협상의 고리가 부족하다는 것. 협상의 본질은 주고받기다.

 여권이 공무원 증원 문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안정자금 등이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을 쥐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면 야당에게도 실리든 명분이든 뭔가를 줘야만 한다.

 하지만 야당의 ‘이것만은 막겠다’말고 ‘이것만은 따내겠다’가 여전히 불명확하다. 야당은 여전히 ‘정체성 형성기’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현재 상황은 내년도 예산안 통과 여부와 별개로 야당의 이런 질풍노도기가 더 장기화 될 가능성도 높다.

 둘째는 ‘여소야대’가 과거와 달리 독특하게 구조화되고 있는 것. 과거 여소야대 상황에선 야당도 그렇지만 여당의 책임성이 훨씬 더 높았다. 물론 여당(대통령 포함) 지지율과 의석수가 이렇게 큰 괴리도를 보이는 것은 초유의 일이다. 문제는 이 괴리도가 흘러가는 방향이다.

 “저들은 심판의 대상이지 협상과 대화의 대상이 아니다. 결국 국민들이 심판해 줄 것이다. 어차피 우리는 국민만 바라보고 간다” 식의 기류에 대한 이야기다.

 이 같은 기류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소수 야당 시절에도 정신승리의 기제였다, 하지만 집권 여당이 된 상황에서도 건재하는 느낌이다. 오히려 당 지도부, 지지자들과 밀착도가 높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정치인들 사이에서 더 강하게 느껴지고 있다.

 정체성을 못 찾고 있는 야당과 ‘영구심판론’에 경도되는 여당이 병립하는 구도라면 향후 정국전망은 전반적으로 어두울 수밖에 없다.

 

송영무 리스크

 

 예산안 처리를 제외하고 본다면 현 정부의 최대 당면 과제는 안보 문제다. 그나마 한미, 한중 관계의 큰 어려움들을 나름대로 해결해놓은 상황이라는 점이 다행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우리 정부 스스로가 국면을 바꾸기 쉽지 않다는 점은 물론이거니와 △ 큰 모멘텀 없이는 현재의 한미 밀착형 압박 구도에 변화를 주기 어렵다 △ 평창 올림픽을 기점으로는 분위기를 바꾸고 싶다는 상황이다. 단기적으로도 현실과 목표 사이에 이격도가 크다.

 이런 상황을 관리하고 돌파해내기 위해 전략적 인사이트도 필요하겠지만 매 국면 국면에서 정교하게 관리하고 불필요한 손실을 발생시키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송영무 장관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인사에 대한 고민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송영무 리스크’는 점점 커질 것이다. 보수진영은 “딱 한 사람 할 말은 하는데 그 입을 틀어막나”는 식의 논리를 전개할 것이 분명하다.

 어쨌든 감수해야만 하는 손해라면 빨리 부담하는 것이 더 현명한 처사다. 또한 핵심 포스트 인사의 경우 어떤 가치를 가장 크게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할 것이다.

 

친박 vs 류여해

 

 자유한국당의 경우 원내대표 경선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당은 여전히 플러스 경쟁이 아니라 마이너스 경쟁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그래도 친박은 이제 목소리가 완전히 죽었다” vs “류여해로 상징되는 현 지도부 꼴 보면 차라리 과거가 낫다”는 건 어찌 보면 슬픈 구도다. 오죽하면 홍준표 대표가 말조심을 다 시키겠나.

 새 원내대표 경선으로 이 상황을 완전히 타개하진 못하겠지만 최소한의 변화 모멘텀이라도 만들어내야 한다.

 자유한국당 자체 뿐 아니라 정치 전반을 위해서.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분명한 것은 홍준표-김무성의 특이한 연대 구조에는 변화가 올 것이라는 사실이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예산안, 여소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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