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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9/4] “네 탓이오” 할 때 아니다 2017-11-19 02:39:56
북한과 상시적 긴장국면으로 인해 일종의 ‘안보 불감증’ 내지는 ‘무력감’이 만연된 지 오래라는 점을 부인하긴 힘들다. 하지만 지금은 좀 다른 것 같다. 만약 북한이 한반도의 기이한 안정상황을 흔들려고 했다면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한반도 흔들기, 미국이나 중국 등 주변 강국과의 전략적 질서 교란이 나타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무력함도 여지없이 노출되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을 문재인 정부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도 못하고, 현실적 소용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전 정부나 야당 탓을 하는 것은 아예 어불성설이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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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문제, 비서실장 리더십 발휘 필요

 

 대통령 지지율은 여전히 굳건하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당은 위기의식과 총체적 재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일단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나 박성진 중소기업벤처부장관 후보자, 더 거슬러 올라가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등의 인사 문제를 야당이나 보수 언론 등 ‘기득권의 저항’으로 인식하고 있는 모습이 노출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들 중 개혁성 때문에 낙마하거나 어려움을 겪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오히려 비개혁적이라 논란을 심화시킨 케이스들은 있다. 철학과 기조의 충돌보다 자질이나 청와대의 검증 실력이 문제였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밀리면 안 된다’는 인식이 정권핵심에서 공유된다면 문제는 더 커질 것이다. 밀려야 할 땐 밀리는 것이 용기고, 정무적 능력이다. 문제 되는 사람으로 방어선을 치면 문제가 안 될 사람까지 한 묶음으로 취급당할 것이다. 석을 지키려다 옥까지 버리게 되는 형국.

 청와대는 민정과 인사 파트에 대해 전반적 점검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실무능력에 대한 냉정한 자기 점검을 할 시점이다. 또한 비서실장이 실질적 리더십을 발휘하고 정무 우위의 원칙 견지가 필요해 보인다.

 

소신과 주관적 정세인식은 다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상위 기조와 실무적 능력 양면에 대한 동시 재점검이 시급하다. 먼저 “나는 다르다”는 자신감 혹은 확신에서 벗어나야 한다. 과거 모든 대통령들은 대북관계에 있어서 “나는 다르다”고 확신했지만 그 확신이 열패감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국정운영, 특히 대북 관계에 있어선 명료한 철학과 소신이 필요하다. 하지만 주관적 정세인식과 소신을 혼동하면 어려움을 겪을 뿐이다.

 공개적, 비공개적 질책이나 캠프 출신 인사들의 주요국 대사 내정 등에서 나타나듯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대통령의 신뢰는 그리 두텁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이젠 ‘적폐’ 탓을 할 상황이 아니다. 청와대 안보실,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수뇌부 인사에 ‘기득권’의 입김이 들어간 것도 아니다. 그들이 대통령의 의중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건 대통령 책임이다.

 또한 ‘사드 보고 누락’ 논란부터 ‘레드라인, 방사포’ 논란까지 안보 분야 비서관 단위의 실무적 능력에 대한 점검 역시 마찬가지다. 공직자에겐 영혼이 필요하다. 하지만 자기 영혼의 편견에서 자유롭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힘이야 말로 진짜 영혼이다.

 청와대 혹은 여당이 이 국면을 ‘정치적 제로섬’ 상황으로 인식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정말로 위험한 일이다. ‘야당보다 낫다, 전 정권 보다 낫다’는 식으로 지지층을 결집하려 한다면 국정기반을 스스로 협소화시키는 꼴이 될 것이다.

 야당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은 ‘드디어 기회가 왔다’는 식으로 인식할 때가 아니다. 물론 정치에서 반사이익은 현실이다. 하지만 현재 야당은 반사이익을 거둘 신뢰와 기초체력이 아직도 부족하다. 오히려 현 국면을 부족한 점을 채울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인사, 북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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