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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망 7/17] 전초전 끝, 이제 진짜 시작 2024-04-23 17:06:37
완전히 꼭지를 딴 것은 아니지만, 정국이 정상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합리적인 전망을 해보자면, 하한기 전에 이 같은 수순을 밟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부 조정 끝에 추경 통과-정부조직법통과-청와대에서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내각 인선 완료.’ 이 수순이 완료되기까지도 몇 번의 고비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건 시작일 뿐이다.
윤태곤(peyo@moa.re.kr)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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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이후 인식 변화?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보다 G20 정상회담 이후 오히려 변화된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첫 번째 해외 순방이었던 한미정상회담 이후에는 흥분과 자부심이 충만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독일에선 오히려 냉엄한 현실을 몸으로 체감한 듯한 분위기다.

 “우리가 운전석에 앉게 됐다”는 발언과 “우리가 뼈저리게 느껴야 하는 것은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한반도의 문제인데도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해결할 힘이 있지 않고, 우리에게 합의를 끌어낼 힘도 없다는 사실”이라는 토로 사이의 시간차는 그리 길지 않지만 온도 차이는 매우 크다.

 귀국 이후 교착상황에 빠진 정국 해결에 청와대가 나선 것도 이 같은 인식 변화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높은 지지율’보다 ‘작은 의석수’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면 ‘성과’에 대한 ‘책임’이 더 막중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추미애 대표는 국민의당을 향해 연일 강공을 펼쳤다. 청와대는 임종석 비서실장이 직접 국민의당을 찾아 고개를 숙였다. 두 방향 중 어느 쪽이 정국을 풀어나가는데 더 효과적일뿐더러 국민의당을 향한 강한 압박이 되는 지 가늠하긴 어렵지 않을 것이다.

 현 4당(교섭단체 기준) 체제에서 그물코 역할을 하는 것은 어쨌든 국민의당이다. 청와대와 접촉 이후 국민의당이 침로를 변경하자 자유한국당 고위관계자는 “우리만 (국회) 밖에 있어봤자 아무 소용도 없다. 이제 우리도 들어가야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음 날 자유한국당은 의총절차를 밟아 국회 복귀를 선언했다.

 물론 그물코를 당기기 위해선 미는 힘과 당기는 힘이 다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서 ‘추미애 대표와 청와대가 전략적 역할 분담을 했다. 추 대표가 강하게 나갔기 때문에 청와대가 모두를 보듬어안는 모양새를 갖출 수 있었다’는 식의 아전인수격 인식을 유지한다면,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이다.

 정권 초의 여당 대표라는 자리가 애매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정책적으로 더 개혁적인 태도를 취해 화살을 대신 맞기도 하면서 정국 전체를 전략적으로 견인하더라도 청와대와 오해나 갈등이 벌어지기 십상인데 정치적 드잡이에 앞장서면서 ‘책임’과 ‘전략’을 운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진짜 ‘실력’이 필요한 ‘난제’들 시작

 

 2018년도 최저임금 인상안 결정의 후과는 상당할 것이다. 첫째 이 결정과 후속조치는 문재인 정부의 ‘실력’에 대한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현 정부에 우호적인 전문가들도 최저임금 1만원 목표를 2022년 정도로 수정할 것을 제안했지만, 이번 결정은 ‘2020년 1만원’을 향한 것이 분명하다.

 공약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더 중요하고 어려운 것은 ‘실행’하는 것이다. ‘숫자’를 고시하는 것과 그 ‘숫자’를 감내할 경제주체의 ‘내구성’과 ‘실력’을 키우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기 때문이다.

 둘째, 전체국민의 80%에 육박하는 지지층 중 어느 쪽을 우선시할 것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일이다. 정부와 정권은 모든 국민을 바라보고 정치을 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모두를 바라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도 분명하다. 어느 쪽에 먼저 자원과 공력을 투여해 성과를 도출할지 우선순위를 정하는 자체가 정치다. 물론 ‘A를 위한다’는 선언이나 행동이 반드시 ‘A에게 도음이 되는 결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탈원전 에너지 정책, 공무원 대폭 증원 등 다 마찬가지다. 공수처 설치, 국정원 개혁 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들인데 이제부터 시작이다.

키워드 / 태그 : 이주의 전망, 정상회담, g20, 추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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