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해외 순방에 대한 국내 언론 보도를 보면 ‘허니문’의 강도가 더 세지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호평 일색이었다. 실제로 대통령과 수행원들은 안정적이고 호감 가는 모습을 보였고, 이렇다 할 실수랄 것도 없었다. 청와대 입장에서 보면 높은 지지율과 우호적 보도가 선순환 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G20 이전에 있었던 한미정상회담에서 몇 발이라도 더 나아간 성과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사전에 러시아와 정상회담을 한 시진핑 주석은 예상 이상으로 완고한 자세를 취했다.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지만, 한미 관계의 공고화에 따른 반작용이 상당한 셈이다. 한일 정상회담도 ‘셔틀 외교의 복원’에는 합의했지만, 회담 이후 브리핑 자체가 소략했던 것 자체가 만만치 않았던 것의 방증이다.
어찌됐건 이런 상황 속에서, 게다가 북한의 ICBM발사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준비했던 대북메시지를 거의 그대로 소화하는 ‘뚝심’을 보였다. 인도적 지원 재개, 이산가족 상봉 제의 등의 기조를 이어나갔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 높은 대통령 지지율, 야당의 지리멸렬 등이 기조 유지의 기반일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북한이다. 현 정부가 김정일 시대에 대한 관성, 강한 신념 등으로 인해 북한의 향후 행보에 대한 냉철한 판단과 예측보다 ‘기대’에 기울어져 있다면 중장기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에 처할 것이 분명하다. 북측이 남측만큼이나 6.15나 10.4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 현재로선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어쨌든 문 대통령의 국제무대 데뷔는 최소한 합격점이다. 그런데 이 합격점이 국내 정치의 돌파구 마련으로 당장 이어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조대엽, 송영무 장관 후보자 문제와 추경예산, 정부조직법이 한 덩어리로 묶여 있다. 거기다 국민의당 사태와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공세가 엮여 버렸다. 함수가 좀 더 복잡해진 것.
애초 ‘제보조작’ 사건이 터졌을 때는 오히려 정국의 돌파구가 될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청와대의 일성이 ‘협치’였었고 국민의당 역시 청와대의 기대에 발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어버렸다. 추미애 대표는 ‘원칙’의 문제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으며 오히려 발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추 대표 발언의 전략적 목표는 국민의당이 아니라 여권 내의 역관계변화를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최종적 책임은 청와대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상식적 차원에선 금주 중 문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를 초청해 외교성과를 설명하고 산적한 국내 과제들에 대한 협조를 당부하는 것이 예측 가능한 수순이었다. 이 과정에서 추경 일부 항목의 증액이나 감액, 장관 후보자 가운데 특정 인사의 용퇴 등이 테이블 위로 올라올 수 있을 것으로 보였지만 이젠 모를 일이 되어버렸다. 반대급부의 성과가 나온다는 계산이 없다면, 청와대가 먼저 양보를 하기도 어럽게 됐다.
물론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대비 효과가 더 극명해지면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쉽게 떨어지지도 않을 것이다. 여당 지지율도 마찬가지다. 검찰을 포함해 행정 차원에서 다룰 수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도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역설이다. 발을 땅에 디디고 야당과 협치(까지는 아니더라도) 및 밀고 당기기를 통해야만 해결되는 일들과 거리를 둘 때 지지율이 유지되고, 오히려 더 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일이 잘 안 풀릴수록 야당에 대한 비판,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더 높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지지율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