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SPECIAL REPORTS > 지방정책
기초의회는 무슨 일을 할까 2017-11-19 02:35:46
‘무사안일’로 대표되는 탁상행정과 ‘관피아’들이 결합하면 단 한 번의 부정과 부패로도 우리 국민들은 엄청난 피해를 입는다. 최근 ‘통영함 비리사건’에서도 보았듯이 움직임 하나하나 집중과 감시를 받는 거대 사업에서조차 부정과 비리가 있었다.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는 부족하면 부족하지 과하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여선웅(caremapa@gmail.com)
강남구의원, 유소작위(有所作爲), 필요한 일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초선의원
  this article :
예산 6,200억 원. 공무원 수 1,435명. 중앙의 어느 부처일까? 아니다.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하나인 서울특별시 강남구의 이야기다. 정부 부처 중에서 가장 큰 행정자치부의 공무원 수가 1,215명이고, 가장 규모가 작은 여성부가 241명이다. 여성부의 본예산이 3,000여억 원 정도이니 57만 주민의 강남구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능하다. 기초자치단체장이라고 해서 권력이 작은 것이 아니다.

기초의회의 일차적이고 가장 중요한 역할은 기초단체의 막강한 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이다. “기초의원이 뭐가 필요하나? 공무원들이 일만 잘하면 되지.”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도 꽤 있을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맡은 바 일을 성실하게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사안일’로 대표되는 탁상행정과 ‘관피아’들이 결합하면 단 한 번의 부정과 부패로도 우리 국민들은 엄청난 피해를 입는다. 최근 ‘통영함 비리사건’에서도 보았듯이 움직임 하나하나 집중과 감시를 받는 거대 사업에서조차 부정과 비리가 있었다.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는 부족하면 부족하지 과하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감시_사라진 1억 원


기초자치단체도 예외는 아니다. 서류상 아무 문제가 없어 지나쳤던 사업을 계좌추적 끝에 잘못을 찾아내 1억 원을 지킨 사례이다.

지난 9월 강남구청이 긴급하게 돈이 필요하다며 추가경정예산으로 1억 원을 편성했다. 2012년 서울시에서 받은 보조금이 있는데 이를 쓰지 않아 도로 돈을 갚아야 한다는 이유였다. 어렵게 받은 보조금을 쓰지 않은 것도 문제였고, 보조금을 바로 반납하지 않은 것도 문제였고, 본예산이 아니라 추경예산으로 급하게 편성한 것도 문제였다. 한 마디로 문제투성이였다.

결국 이 문제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사단이 났다. 계좌 입출금 내역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서울시에서 받은 돈이 없다는 엄청난 행정착오를 찾아냈다. 어떻게 된 것일까. 결과적으로 갚지도 않아도 되는 돈이 필요하다고 1억 원을 요청한 것인데, 강남구청은 실수라고 했지만 의심쩍은 점이 많았다.

강남구의회가 통장 내역까지 일일이 확인하지 않았다면, 행정착오의 실수를 덮기 위해 출처불명의 1억 원이 어디로 갔을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견제_현대백화점 부설주차장?


비슷한 사례가 하나 더 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옆에는 백화점보다 몇 배나 더 큰 주차장(압구정428번지 노외공영주차장)이 있다. 서울 어디에서나 주차난이 가장 큰 문제인 요즘 압구정 한복판에 있는 이 대형주차장 덕분에 현대백화점은 ‘서울시의 주차상한제 정책’-서울특별시 주차장 설치 및 관리조례 제21조 부설주차장의 설치제한지역 및 설치제한 기준 등에 따라 부설주차장 설치에 제한을 두어 교통 혼잡 예방 및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는 정책-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 주차장이 없으면 현대백화점이 망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많은 사람들이 이 주차장을 현대백화점 부설주차장으로 알고 있지만, 이 주차장은 사실 강남구 소유의 공영주차장이다. 더구나 압구정 428 공영주차장은 ‘지하 주차장-지상 공원’으로 지정된 구역이다. 현대백화점이 수년 째 이 주차장을 ‘사실상 소유’하는 것에 대해 특혜 의혹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이에 강남구의회가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자 강남구는 2014년 1월부터 직접 운영하기로 했다. 그런데 돌연 2월 민간 재위탁이 추진됐고, 지난 9월 현대백화점이 도로 관리운영권을 가져갔다.

이를 수상히 여긴 강남구의회는 민간재위탁 과정에서 “민간 재위탁시 ‘수의계약방식’으로 관리운영권을 주면 안 된다”는 강남구 법률고문의 자문이 무시되고, 2016년 12월까지 운영권을 가지고 있는 강남구 도시관리공단이 2017년 9월 30일까지 현대백화점에게 운영권을 넘겨준 사실 등을 밝혀냈다. 이후 이 사건이 언론에까지 대대적으로 보도되고나니 강남구는 뒤늦게 잘못을 시인하고 계약에 관한 사항 등 행정착오는 ‘치유’를 통해 해결하겠다며 수습에 나서고 있다.

기초의회의 역할은 기초자치단체에 주어진 국민의 혈세가 엉뚱하게 낭비되지 않고, 또 그 쓰임이 있어 사적이지 않고 정의롭게 하는 데에 있다.

물론 구청 내부에도 감사부서가 있다. 그러나 본인이 제 머리를 깎을 수 없듯이 내부감사는 한계가 있다. 감사원처럼 독립부처도 아니거니와 최고 감사책임자인 감사담당관이 5급 사무관급이다. 과장(5급)이 국장(4급) 하는 일에 어떻게 시시비비를 따질 수 있겠나. 그보다 더 높은 부구청장이나 구청장 관심 사업의 감사는 아예 쳐다 볼 엄두조차 낼 수 없다.

위 두 가지의 사례처럼 기초의회가 없었다면 기초자치단체는 엉뚱하게 세금을 낭비하고, 국가권력을 사적으로 사용했을 것이다. 우리가 피땀 흘려 낸 세금이 엄격하게 관리되지 않아 눈 먼 돈이 되고, 기초자치단체의 집행력이 사적으로 이용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가 입는다.
키워드 / 태그 : 기초의회

float_s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