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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 정책 발견①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지붕 있는 집에서 살 수 있는 권리
더모아의 새로운 기획, <문화 속 정책 발견> 첫 번째입니다. “아는 권리만 누릴 수 있다”,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혜택을 주지 못한다”라는 우리 복지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다른 영역도 대동소이합니다. 수급대상자가 미리 알고, 신청하지 않으면, 모든 제도에서 소외됩니다. 찾아가는 복지, 당연적용에 기반한 제도가 어렵다면 제대로 알려주는 정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정책 스토리텔링팀(stotyteller@moa.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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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당 500만원’

부동산 유리창에 이 문구가 붙어있다. 그 앞을 서성거리던 소녀가 중얼거린다.
“분당 옆이 평당인가?”

주인공인 초딩 3학년 소녀는 사업에 실패한 아빠가 가출한 후 집을 잃었다. 집안 가구에 빨간딱지가 붙여진 후, 봉고차에서 잠들고 일어나 등교를 준비한다. 한순간에 가장이 된 엄마는  식당일을 전전한다. 미취학아동인 남동생은 엄마가 일터에 가고 누나가 학교에 갔을 때 혼자 마트에서 시식용 음식으로 요기를 한다. 엄마는 고급레스토랑에서 일자리를 얻은 후, 종종 두 남매를 불러 끼니를 먹인다. 나아가 식당 화장실에서 남동생을 목욕시키다 사장에게 들켜 해고당한다. 세 가족의 지붕인 봉고차는 불법주차로 견인당하는 불안한 거처가 되고, 엄마의 일자리도 부침이 심하다. 그래서 초딩소녀는 스스로 집을 구해보기로 결심한 것이다. 부동산 앞에서 분당 옆으로 추정되는 평당 집을 낙점한다. 그리고 500만원을 구하기 위해 개를 훔쳐 주인으로부터 보상을 받는 방법을 선택한다.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하 개훔방)의 이야기다. 절박한 서사와 달리 영상은 유쾌하다. 결말은 행복하고 따뜻하다. 훔친 개의 주인이 소녀가 처한 딱한 사정에 인심을 쓰기 때문이다. 세 가족은 개 주인의 호의로 정말 500만원에 집을 얻게 된다. 전세도 아니고 자가다.

자, 영화가 아니라 실제 상황이라면 어떨까?

엄마는 비정규직으로 식당에서 일하고 있다. 가출한 아빠는 무소식이다. 빚은 남아있다. 아이들은 자란다. 집을 구해야 한다. 엄마는 거처를 마련하고, 혼자 아이들을 키우며, 빚을 갚아 나갈 수 있을까?

 

소득의 20~30%를 주거비에 사용하는 주거빈곤가구

우리나라는 4명 중 1명이 저임금 노동자다. 일을 해도 최저임금조차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이 200만 명이다. 특히 여성시간제 일자리의 약 37%가 최저임금미만이다. 물가와 전세값, 월세값은 오르는데 임금은 제자리다. 이런 일자리로는 현재를 살아가기 어렵고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 소녀의 엄마도 마찬가지다.
특히 집이 문제다. 월 소득 대비 주거비 비중이 20~30%를 초과하는 가구를 주거빈곤가구라고 한다. 비주택 거주자의 경우에 난방시설이 아예 없는 경우가 25,7%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한 달 수입의 25%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는 사람이 80.6%. 소득 하위 10%이하의 경우 소득대비 주거비 부담률이 50%를 넘긴다. 이와 같이 의식주 등의 가구소비 영역 중에서 주거비 부담이 가장 크나, 우리나라의 주거복지는 다른 영역에 비해 특히 열악하다. 개훔방의 소녀가족과 같이 집 문제로 힘들어하는 가정이 많다.

 

한시적 지원정책은 있다. 하지만 신청하지 않으면...

현실에서 집 한 채를 500만원에 내줄 귀인은 없지만, 집을 일정 기간 지원해주는 정책은 있다. 엄마는 긴급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의거하여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신속하게 지원받아야 한다. 주소득자의 가출로 가구원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경우이므로 임시거소 제공 또는 이에 해당되는 비용 월 최대 59만원(4인 기준)으로 최장 12회까지 지원이 가능하다.

이 제도는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설명이 잘 나와 있다. 주민센터에 가면 설명을 잘 들을 수 있고, 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 있다. 우리 복지제도는 모든 것이 신청을 해야 혜택을 주는 신청주의 방식이다. 알아야 지원받을 수 있다. 아는 만큼 살아갈 수 있다. 그런데 말이다. 극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국가로부터 누릴 수 있는 권리가 무엇인지 생각할 여력이 있을까? 지난해 연초에 자살한 송파구의 세모녀도 국가로부터 어떤 지원도 받지 못했다.

원래 강동구에서 상가와 주택이 함께 있는 건물에서 살던 세모녀는 아버지가 방광암으로 세상을 떠난 후 10년 전 송파구 석촌동 반지하방으로 이사 왔다. 지병을 앓고 있는 30대 딸들은 직업과 소득이 없었다. 탄탄한 정신력이 아니라면 아버지의 죽음, 집의 몰락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구직 실패를 연달아 맛보며 의욕을 잃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계는 어머니의 몫이었고, 어머니가 퇴근길에 넘어지며 크게 다쳐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세모녀는 함께 숨졌다. 가장을 잃고 가세가 기울었고 10여년 만에 네 가족이 모두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극단적인 비유지만, 영화 속 가족의 향후 10년이 안전하리라 보장할 수 없다. 무기력의 결말은 체념이다. 신청주의에 기반한 우리나라 복지체계가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다. 그렇다면 이미 있는 정책을 잘 알리는 것이 복지사각지대에 방치된 사람들을 무기력에서 구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래서 독자들께서 아래의 내용을 많은 분들께 알려주셨으면 한다. 평당에 500만 원짜리 집은 없지 않은가. 그래도 개훔방의 소녀는 지붕 있는 집에서 살 권리가 있다.

 

참고>긴급주거지원제도(출처: 보건복지부)

○ ‘긴급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의거하여 갑작스런 위기상황으로 생계유지가 곤란한 저소득층에게 생계·의료·주거지원 등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신속하게 지원하여 위기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로서 임시거소 제공 또는 이에 해당하는 비용 지원. 최대 월 59만원(4인 기준)으로 최장 12회까지 지원

○ 소득재산기준
- 소득: 최저생계비 150%(4인 기준 2,446천원) 이하
- 재산: 대도시(13,500만), 중소도시(8,500만), 농어촌(7,250만원 이하)
- 금융재산 300만원 이하

○ 가구특성기준
- 주소득자의 사망, 가출, 행방불명, 구금시설 수용 등으로 소득 상실
- 중한 질병 또는 부상을 당한 경우
- 가구원으로부터 방임, 유기되거나 학대 등을 당한 경우
- 가정폭력 또는 가구원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경우
- 화재 등으로 거주하는 주택, 건물에서 생활하기 곤란하게 된 경우
- 이혼으로 인한 소득상실
- 단전 1개월 경과 시
- 주소득자의 휴·폐업
- 실직(고용보험 미가입자 등)으로 생계유지 곤란
- 출소 후 생계 곤란, 거소 없는 경우
- 가족으로부터 방임, 생계곤란 등으로 노숙 위기에 처한 경우

키워드 / 태그 : 개훔방, 주거빈곤, 긴급지원, 긴급주거지원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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