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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율은 국민의 행복지수, 자살예방정책의 개선방향은 2017-11-19 02:36:03
2014년 9월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3년 한 해 동안 14,427명이 자살로 사망했다고 한다. 자살로 인한 사망은 전체 사망원인 중 4위를 차지하였으며, 10대~30대 연령의 사망원인 중 1위, 40대~50대 연령에서는 2위를 고수하고 있다.
박종익(lugar@kangwon.ac.kr)
강원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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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3년 한 해 동안 14,427명이 자살로 사망했다고 한다. 자살로 인한 사망은 전체 사망원인 중 4위를 차지하였으며, 10대~30대 연령의 사망원인 중 1위, 40대~50대 연령에서는 2위를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2011년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자살예방법을 제정하고, 이듬해 중앙자살예방센터를 신설하는 등 국가차원의 정책 수립을 위한 노력을 하고는 있으나 여전히 우리나라의 인구 십 만 명당 자살률은 29.5명으로 OECD 가입국(평균 12.1명)중 10년째 1위를 기록 중이다.

효과적인 자살예방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지난 15년간 우리나라에서 자살률이 갑자기 증가한 요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단 핀란드처럼 국가차원의 심리적부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국민 정서상 거부감이 심한 현실에서 자살자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는 쉽지 않다. 그 외에도 국가차원에서 다양한 자살예방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전략 수립에 근거가 되는 자료는 아직까지 매우 빈약한 상태이다. 2004년에 처음 고안된 1차 국가자살예방정책 및 2009년의 2차 국가자살예방정책이 자살률을 전혀 떨어뜨리지 못했다는 사실은 효과성 측면에서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 앞으로 수립되어야 할 자살예방정책은 어떠한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인가?


자살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하는 응급실 자살기도자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개선방향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잘못된 시각이나 인식을 비판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자살예방정책과 관련해서 일부 학자나 언론의 이야기 중 가장 한심한 것은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지 당장의 성과에 급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실제로 자살위험이 있는 사람들을 거의 본 적이 없거나 아예 관심이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WHO가 2014년에 각국의 정책결정자에게 낸 권고안에 의하면 자살고위험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이미 자살한 사람들이야 안타깝더라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지만 자살기도자는 자살에 이르기 바로 직전 단계이며, 이전 자살기도의 경험은 향후 자살 사망에 대한 높은 위험 인자로 알려져 있다. 상당수의 자살기도자들은 아주 작은 스트레스에 의해서도 자살기도를 할 수 있으므로 2013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응급실 자살기도자 사업을 현재의 25개 병원에서 최소 100개 이상으로 확대시켜야 하며, 인력도 현재의 2-3배로 증가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 당연히 현재 배정된 10억의 예산을 최소 10배 이상 늘려야 한다.


자살예방사업은 보건복지부의 일개 과에 맡길 문제가 아니라 범정부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자살예방정책과 관련해서 비판받아야 할 사람들은 정치인과 관료들이다. 자살예방은 단순히 보건복지부의 일개 과가 수행해야 할 사업이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 범정부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매우 중차대한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지역구를 위해서는 수 백 억원의 예산을 유치하려고 아우성치는 국회의원들이 2015년 중앙정부의 자살예방예산이 75억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바로 옆 나라인 일본의 경우 2013년에 이미 287억엔(약 3,000억원)에 이르렀으며 국립정신건강연구원 산하에 자살예방센터를 두고 정부가 직접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일개 민간단체에 위탁을 해서 수행하고 있는 실정이니 자살률이 떨어지는 것을 기대하는 것조차 어불성설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자살예방을 관장하는 부서를 적어도 국무총리 산하로 옮기고 국가가 직접 개입해서 사업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자살예방을 위한 언론의 노력


2012년에 자살률이 인구 십만 명당 29.1명으로 6년 만에 다소 떨어진 이유에 대해 유명 연예인이 자살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미디어의 선정적인 자살 보도에 따른 모방자살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2013년 자살예방의 날 행사에서 보건복지부와 한국기자협회가 공동으로 ‘자살보도 권고기준 2.0’을 선포하는 기념식을 했지만 여전히 그 준수율은 형편없이 낮다. 외국의 경우에는 가이드라인이란 말이 굳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자살보도를 극히 자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처럼 자살방법을 국민들에게 상세하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경우는 드물다고 할 수 있다. 굳이 법으로 언론을 통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언론사가 자살예방을 위한 인식을 가지고 기사를 내보낼 수 있도록 직간접적으로 압력을 가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언론을 긍정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자살예방을 위한 공익광고의 경우에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하므로 한국언론재단을 통한 방법이 있을 수 있으며, 정부는 민간기업이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하여 자발적으로 비용을 지불할 수 있도록 세금혜택을 포함하여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여야 한다.

우울증이 모든 자살의 원인은 아니지만 자살자 중 상당수는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2011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정신질환자의 병원이용률은 2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현재 민간보험사가 포괄적으로 정신질환에 대한 차별을 포함하는 정관을 이유로 실손보험과 생명보험에서 불이익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권익위원회와 금융감독위원회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런 식의 불합리한 차별을 공공연하게 자행하고 있는 것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


아이를 낳지 않는 사회분위기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과 같은 맥락


LG 경제연구원 보고서에 의하면 경기침체나 양극화 심화 시에 이혼, 자살, 범죄가 크게 느는 양상을 보이며, 소득양극화와 가계부실은 자살과 비교적 높은 상관관계가 존재한다고 하였다. 다시 말하면 사회경제적 요인과 자살과의 상관관계가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뒷받침하며, 자살의 사회적인 공론화를 위한 자료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부를 비롯해서 사회 지도층의 일부는 자살이 개인적인 요인에 의한 것으로 간주하며, 오히려 도덕적 해이를 이유로 빈곤층에 대한 사회복지 혜택을 축소하고 있다. 세 모녀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경제적 빈곤은 언제든지 쉽게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모든 정책적인 측면에서 자살문제를 반드시 같이 고려를 해야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를 위해서는 자살예방을 다루는 부서가 현재의 보건복지부 산하에 있어서는 절대적으로 그 조정역할을 할 수가 없으며 단순히 복지 혜택을 주는 차원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자살률 증가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그 나라 국민의 행복지수를 매우 유사하게 반영하고 있다. 정부는 저출산고령화가 향후 몇 십 년 내에 우리 사회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인 것을 인식하고는 있으나 사실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는 사회분위기가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언제까지 OECD 국가 중에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살아야 할 것인지 정치인을 비롯하여 국가정책을 수립하는 공무원들은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국민이 행복하지 않는 나라에서 과연 어떤 정책을 먼저 주장할 수 있을 것인지를.
키워드 / 태그 : 보건복지, 의료, 자살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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