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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결 공표 후 찬반 뒤집기 예사 … 상반기에만 78회 ‘위법’ 2017-11-19 02:39:27
"국회의 조직 등 기타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1948년 10월 2일 제정된 후 지난 3월 18일까지 77차례의 개정을 거친 국회법의 제1장 제1조 내용이다. 지난 9일 정기회를 마지막으로 사실상 막을 내린 19대 국회는 과연 국회법의 취지대로 민주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됐을까. 중앙SUNDAY가 정책개발 싱크탱크인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와 함께 19대 국회의 문제점을 진단해봤다.
조현욱 상임이사 /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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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조직 등 기타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의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1948년 10월 2일 제정된 후 지난 3월 18일까지 77차례의 개정을 거친 국회법의 제1장 제1조 내용이다. 지난 9일 정기회를 마지막으로 사실상 막을 내린 19대 국회는 과연 국회법의 취지대로 민주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됐을까. 중앙SUNDAY가 정책개발 싱크탱크인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와 함께 19대 국회의 문제점을 진단해봤다.

의사 변경 금지한 법 무력화

 지난 5월 29일 국회 본회의장. 새누리당 친박계 핵심인 새누리당 A의원은 ‘기권’ 표를 던졌지만 표결 결과가 공표된 직후 국회사무처에 전자 투표 스위치를 잘못 눌렀다고 밝히고 이를 ‘반대’로 바꿨다. 본회의에서 가결된 후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바로 그 국회법을 처리한 현장이었다. 의장의 공표와 언론 보도에서 국회법 표결 결과는 ‘반대 11명, 기권 22명’이었다. A의원의 의사 변경은 회의록에서만 ‘○○○ 의원 표결기 조작 착오. 실제 반대 의원 12인, 기권 의원 21인’으로 반영됐을 뿐이다.

 19대 국회 본회의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이처럼 표결 의사를 투표 결과 공표 이후에 바꾼 사례는 올 상반기에만 78회에 달했다. 그러나 이 모두 ‘의원은 표결에 있어서 표시한 의사를 변경할 수 없다’고 규정한 국회법 111조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위다. 국회법에서 금지된 의사 변경은 전자 표결이 2000년 본격 도입된 후부터 의장의 재량에 의한 허가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사유는 대부분 표결기 조작 ‘지체’나 ‘착오’다. 국회사무처는 “표결 결과 공표 이후에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이를 수정해 주지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지만 위 사례처럼 공표 후에 변경되는 경우는 일반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는 “표결 결과가 공표된 후 표결 의사를 변경해 버리면 유권자 입장에선 회의록을 뒤져보지 않는 한 투표 결과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받아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현행 국회법에서 상임위 운영 등에 대해 국회규칙에 자세한 내용을 위임한 사항은 총 18개. 그러나 이 중 본회의 의결을 거쳐 제정된 국회규칙은 11개 항뿐이다.<표 참조> 나머지는 관련 규정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a. 정보위의 경우 ‘상임위 구성과 운영에 관한’ 국회규칙이 1994년 정보위 설립 이후 20년이 넘도록 아직도 제정되지 않고 있다. 국회 정보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시안을 만들어 성안 단계까지 갔었다”며 “국회는 결국 양당 협의에 의해 운영되는데 국회규칙을 만든다고 무슨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와 무산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규칙이 명문화된다면 여야 협의 과정에서 합의점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서 조항으로 교섭단체만 혜택

 국회법을 준수한다고 해도 규정 곳곳에 ‘단서’ 조항을 두고 예외를 인정하는 경우가 많아 법 취지가 퇴색된다는 지적도 있다. 현행 국회법에서 단서 조항만 해도 모두 112개. ‘다만…’으로 시작하는 조항이 93개, ‘불구하고…’로 이어지는 단서 조항은 19개다. 임재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은 “국회는 정치 조직이기 때문에 법으로 정해놨다고 하더라도 타협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입법 취지를 밝혔지만 “여야 간 타협이란 것이 원내교섭단체에만 과중하게 쏠려 있는 게 문제”(김재한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란 지적도 나온다.

 국회법 93조 2항에 따르면, 위원회(법사위)가 법률안 심사를 마치고 의장에게 보고서를 제출한 후 1일이 넘지 않으면 이를 본회의에 상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 규정을 어기고 상임위에서 처리된 당일 본회의로 ‘직행’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한 법사위원 보좌관은 “모든 법안을 본회의에 바로 상정할 수 없다고 규정한 이 조항은 처음 봤다”며 “국회 관행상 이미 사문화된 조항”이라고 말했다.

 법사위에 회부된 후 5일이 지나지 않으면 본회의에 상정될 수 없도록 한 조항도 단서 규정에 의한 예외 적용으로 있으나마나다. 지난 2일 밤 여야가 본회의에서 처리한 관광진흥법 등 5개 법안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상민 법사위원장이 “숙려기간 5일을 지켜야 한다”고 막아섰지만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하자 이를 막을 수 없었다. “부실 심의를 막기 위해 의원들이 최소한 법안 내용을 숙지하도록 하자는 취지를 무시한 것”(서복경 교수)이란 지적도 무색한 대목이다.

 의원이 회의에 불참하더라도 별도의 사유서를 제출하면 일종의 유급 휴가로서 출석으로 인정되는 청가(請暇) 제도 역시 아무런 제한이 없다. 국회 규칙인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에는 국회의원의 불참이 인정되지 않는 사유로 ‘결혼식 주례나 지역구 활동 등’을 명시하고 있지만 불참 사유의 진위를 확인하는 제도적 절차는 규정돼 있지 않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청가는 의장의 허가 사항이지만 불가 처리된 적은 없어서 그냥 사유서를 내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청가서(회의 전)와 결석계(회의 후)를 내면 회기 중 의원에게 1일당 지급되는 특별활동비 3만1360원은 그대로 지급된다.

 청가 사유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국회사무처는 지금까지 개별 의원의 국회 회의 청가 및 결석 내역을 별도로 한 번도 공개하지 않았다. 새정치연합 원혜영 의원이 지난 2월 ‘출석 후 이석’을 규제하고 청가 사유와 기한을 제한하는 내용의 국회의원윤리실천규칙안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한 번도 논의된 적 없이 이번 국회 임기 만료로 곧 폐기될 처지다. 여야가 목소리를 높였던 국회의원 특권 폐지가 구호에 그치게 된 대표적 사례다.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행정입법에 대해 시정 권한은 없지만 적어도 시정을 통보할 수는 있다.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가 행정입법 시정 권한을 갖도록 하자는 게 핵심이었다. 하지만 국회는 현행 국회법상 가능한 시정 통보조차 지금까지 제대로 해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입법 시정 통보 제대로 안 해

 19대 국회 개원 이후 ‘행정입법 검토의 건’을 상정한 경우는 환경노동위원회(2015년)와 정무위원회(2013년) 한 차례씩 두 번뿐이었다. 검토 대상도 각각 1~2년 동안 제출된 행정입법들을 한 번에 모아 검토했던 것에 불과하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권한이 약한 것이 문제”라며 “국회가 검토 자체를 잘 안 하는 것도 더 문제”라고 비판했다.

 19대 국회에서 법률안을 검토하기 위해 실시한 공청회도 92회에 그쳤다. 이번 국회에서 지금까지 통과된 제정법과 전부개정법안 162개(12월 10일 기준)와 계류 중인 법안(781개)을 합쳐 이번 국회가 다룬 법안이 943개에 달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공청회 등을 통한 의견 수렴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 셈이다. 이는 역대 국회(16대 107회, 17대 299회, 18대 127회)와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일부 조항만 개정하는 개정 법률안을 제외한 모든 법률은 반드시 사전에 공청회 또는 청문회를 거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다만 위원회의 의결로 이를 생략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을 두는 바람에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런 문제는 당의 공천이 의원들의 정치 생명을 좌우하는 현행 선거 제도에도 일부 기인한다는 지적이다. 김재한 교수는 “법안발의 건수로만 국회의원을 평가한다면 의원들이 의견수렴 같은 발의 과정에 주력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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