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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탁회의] 전교조부터 자유총연맹까지, 한 자리에 모인 안산시민 천명은 무엇을 이야기했나 2017-11-19 02:39:11
전교조부터 자유총연맹까지 안산의 거의 모든 시민사회단체들과 시민 천명이 '4·16 희망과 길찾기 안산시민 1000인 원탁토론'이라는 이름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무기력감, 불안감과 사회에 대한 불신으로 고통 받고 있던 시민들은 터놓고 이야기하는 과정 자체를 통해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했고 ’아직도 진상규명이 미흡하다‘고 뜻을 모아 한국사회와 정치권에 요구했다. 지난 7일, 안산에서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을까? (편집자 주)
코리아스픽스(KOREASPEAKS)(coltrane@koreaspeak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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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희망과 길찾기 안산시민 1000인 원탁토론'는 왜 열렸나

지난 해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여러 면에서 한국사회의 후진성을 여과 없이 노출시켰다. 사람에 따라 강조점은 다르겠지만 안전 불감증과 통합적 재난 대응시스템의 부재, 공공의 가치를 무력화시키는 사회시스템 등 많은 구조적 모순들이 한꺼번에 드러났다.

참사의 원인뿐 아니라 참사 이후도 그랬다. 사고가 발생한 후 한동안은 전 국민이 희생자를 애도하고 가족들과 슬픔을 나눴지만 시간이 지나자 원인 규명을 둘러싼 논의 자체가 정치적 논쟁으로 변질됐다. 재난대응시스템의 총체적 개혁을 위한 전사회적 논의는 제대로 진행되지도 못했다.

대규모 참사는 1차적으로는 희생자들의 가족과 생존자들에게 회복이 쉽지 않은 물리적, 정신적 상처를 남긴다. 그리고 이 같은 상처는 그들과 관계를 맺고 있던 친인척과 지인, 그들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던 지역사회 등에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2차, 3차까지 이어지는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선 장시간에 걸친 전사회적인 노력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대처는 직간접적 피해자들에 대한 치유와 피해 지역사회의 회복까지 이어지는 넓은 폭과 연속성을 가진 회복프로그램을 기대키 힘들게 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7일 안산올림픽기념관에서 진행된 '4·16 희망과 길찾기 안산시민 1000인 원탁토론'가 열렸다. 진행과정과 결과 모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만했기에 이 자리에 소개한다.

 

수많은 갈등요소를 극복하고 시민토론회가 성공한 비결은?

 '4·16 희망과 길찾기 안산시민 1000인 원탁토론'은 안산지역 84개 시민사회단체로 꾸려진 '1000인 원탁토론 추진위원회'가 주최했다. 전교조에서부터 자유총연맹까지, 이념적 성향을 뛰어넘어 안산시 대부분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추진위에 모였다. 참사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은 안산시와 안산시민의 회복을 위해 지역시민사회가 모두 머리를 맞댄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워낙 큰 사건이었기 때문에 다 같이 힘과 뜻을 모으는 것은 당연한 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대립적 중앙정치의 영향 아래 지역시민사회마저 양분되어 있는 우리 현실을 감안하면 이 같은 모임 자체에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특히 그 노력이 지역시민사회와 시민들을 공공 숙의의 주체로 내세우는 방향으로 진행된 것은 사실상 한국에서는 첫 시도였다. 안산시와 시의회가 후원을 맡았지만, 토론기획과 참가자모집 등의 준비단계에서부터 토론회 진행 등 대부분의 업무는 사실상 추진위와 코리아스픽스 및 지역민방 OBS의 협업으로 진행됐다.

세월호 참사라는 이슈를 포함해 추진위 구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존재 등 잠재된 갈등 요소를 적절히 관리하면서 성공적으로 토론회를 진행한 것 또한 큰 의미를 지닌다.

사실 이번 토론회의 경우 내외부적으로 어려운 조건에서 시작됐다. 세월호 참사 자체가 워낙 국가적인 참사였던 데다 외부적으로는 진상조사위 구성 등을 놓고 여전히 정치권의 논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내부적으로는 주최단체인 추진위에 여러 성향의 단체들이 망라되어 있고 안산시와 시의회도 참여하는 등 이해관계자들이 매우 많았다. 토론 당사자인 안산시민에 대해서는 기초적인 의식조사도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토론회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서 의미 있는 결론이 도출된 것은 이미 여러 지역에서 공공 숙의를 진행했던 준비 주체의 경험과 노력을 배제하고는 설명하기 힘들다. 공공 숙의는 단순히 그 과정을 거친다고 해서 항상 효과적인 결론이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숙의의 전(前)과정과 이후 방향제시까지 포괄하는 면밀한 조사와 운영, 기획 등이 모두 동반되어야 한다.    

 

‘무기력감’ 호소하던 시민들, 공공숙의를 통해 ‘진상규명’을 요구하다  

이번 토론회에서 가장 놀라웠던 건 결과 자체였다.

이번 토론회는 '4.16 이후 무엇이 가장 힘듭니까'와 '4.16 이후 우리는 무엇을 우선해야 합니까'라는 두 개의 주제로 진행됐는데, 사전조사를 통해선 무기력감과 불안감, 상실감 등 시민들의 심리적 상처가 매우 크다는 점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4.16참사 이후 가장 힘든 점'을 다룬 첫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입론 과정에 35%가 '무기력감, 불안감, 국가와 정치권에 대한 불신' 등 심리적 영향을 꼽았다. 약 80%의 토론 참가자들이('매우 많이' 38.7%, '많이' 40.2%) 세월호 참사로 인해 심리적 영향을 받고 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상호토론을 진행한 후 진행된 투표에서는 '무기력감, 불안감, 분노 등 심리적 문제'를 꼽은 응답자가 5%로 줄어든 점이다. 참사 이후의 현실에서 무기력감과 불안감 등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던 시민들에게 천명이 모여 마음을 털어놓는 토론 과정 자체가 일종의 ‘심리 치료’ 역할을 한 것이다. 

시민들 사이의 소통구조와 공론장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아 각자의 심적 고통을 해소할 통로가 없던 상황에서, 원탁토론 즉 공공 숙의의 과정 자체가 시민들의 심리적 트라우마 치유에 도움이 된 것이다. 

또한 입론과정에서 20%였던 '미흡한 진상규명'이 40%로 높아지고 '국가와 정치권, 언론에 대한 불신'이 31%가 나오는 등 국가와 정치권을 향한 비판과 요구가 높아지는 현상도 나타났다. ‘무엇을 우선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두 번째 토론에서도 ‘진상규명 촉구활동’이 20%를 차지해 '도시 안전기능 강화'(16%), 시민들 간의 소통 강화(15%), '도시 공동체 기능 강화'(13%)를 앞섰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이후 대책수립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민들의 이같은 의견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다. 상처를 입은 개인들이 공공숙의 과정을 통해 고통에 아파하는 것을 넘어 현실의 구체적인 변화를 요구하게 된 것이다. 공적 영역으로 관심이 이전됐고, 치유를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지목할 수 있게 된 점이  핵심이다.

결론적으로, 시민 천 명이 한 자리에 모여 진행한 이번 세월호참사 토론회는 공공숙의의 과정이 왜 필요한 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대규모 참사가 발생했을 때 모여서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심리적 치유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참사로 인한 개별적 어려움에서 공적 영역으로의 관심 이동을 통해 참사의 사회적 극복을 이룰 수 있는 힘이 공공숙의에 내포돼 있음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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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설립된 코리아스픽스(KOREASPEAKS)는 이해당사자 참여를 통한 숙의형 정책개발 전문기관입니다. 한국 최초로 대규모 시민참여를 통한 숙의형 정책개발모형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습니다. 갈등해결과 미래전략 수립, 조직혁신, 자치 등을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자체와 교육청, 시민단체, 기업 등과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키워드 / 태그 : 원탁회의, 안산,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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