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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을 호출하고, 김성근을 소비하고... 위험할 수 있다
근성과 노력, 개성으로 김성근 감독은 대단한 성취를 거뒀다. 하지만 기업과 정치 리더들이 김성근을 닮으려 한다면, 위험하다. 프로야구판에서도 독특한 ‘김성근류’를 공적 가치에 대한 리더쉽으로 차용할 경우 ‘불통’을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민규(didofidomk@gmail.com)
민주노동당과 청와대, SK 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를 취재했다. “야구는 평균이 지배하는 경기”라는 말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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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한화 감독은 지난해 11월 7일 청와대에서 특강을 했다.

그는 "세상 모든 손가락질을 이겨야지 리더가 될 수 있다"며 "위에 선 사람이 이 일을 통해서 세상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볼까 생각하면 안 된다. 뚝심 있게 가야 한다"고 했다. 야구 감독에겐 옳은 이야기다. 그러나 청와대가 오랫동안 '불통' 논란에 시달렸던 맥락과 결합하면 자칫 섬뜩한 이야기가 된다.

김 감독은 기업 CEO를 상대로도 여러 차례 강연을 했다. 경기가 끝나고도 '특타'를 하는 한화 선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릴 CEO를 상상하면 끔찍해진다.

중학생 야구 선수를 둔 한 학부모는 이렇게 말했다. "학생 야구에서 과학적인 훈련 방법을 연구하는 코치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김성근 감독 복귀 뒤 이런 노력이 꺾일까 우려됩니다". 그리고 한 인터넷 게시판에는 "역시 조선X는 패고 굴려야 한다"는 댓글이 달렸다.

그래서 김성근 감독은 여기에 책임을 져야 할까? 물론 아니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는 자신의 야구를 할 뿐이다.

 

김성근은 그의 길을 갈 뿐이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4월 <한국일보> 칼럼에서 그의 리더십을 '열정', '책임감', '냉정함'으로 정리했다. 김성근 감독은 이 세 가지를 두루 갖췄다. 존경받을 자격이 있는 야구인이다.

김성근 감독은 아구계에서 가장 말을 잘한다. 어눌한 어투에다 발음도 부정확하지만 해야 할 말을 설득력 있게 풀어놓는다. 오랜 연륜과 독서로 쌓은 통찰력, 그리고 '김성근'이라는 권위가 결합된 그의 말은 묵직하다. 그를 겪어본 한 코치는 "언어가 권력이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는 감독"이라고 평했다.

그래서 그는 자기만의 소통법을 갖고 있다. 하지만 소통과 불통 가운데 하나를 택하라면 '불통'이다. 승리라는 목표를 위해서는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는다. 변할 때가 있다면 스스로 변해야 할 이유를 찾은 순간이다. 부단히 연구하고 방법을 찾는다는 데서 김성근만큼 미덕을 가진 지도자는 드물다.

김 감독의 야구를 흔히 '일본식'이라고 하지만 정확하지 않다. 고교 야구 감독 시절부터 익히고 수정해 온 '김성근류'다. 김 감독은 오랫동안 구단 조직과 불화를 일으켰다. 가장 큰 이유는 팀 운영의 전권, 혹은 인사권을 달라는 요구 때문이었다. 현대조직론과는 어긋난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최근에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그 방식이 옳다고 여긴다. 자신의 경험으론 그게 팀을 이기게 하는 방법이기 때문일 것이다.

 

김 감독을 그라운드와 덕아웃에 두자

김 교수는 칼럼에서 "우리 정치는 김 감독의 리더십으로부터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고 썼다. 열정과 책임감, 냉정함이라는 면에선 그렇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선 매우 위험할 수 있는 리더십이다. 프로야구는 0.1%가 경쟁하는 무대다. 성과에 대한 보상 체계는 피라미드 구조다. 이곳에서 작동하는 원리와 가치는 쉽게 일반화하기 어렵다. 승패와 흥행이 끝일 뿐, 다른 공적인 가치는 없다.

그러나 정치는 스타를 사랑한다. 지난 대선에서 유력 후보 두 명은 모두 고양 원더스 유니폼을 입고 있던 김 감독을 찾았다. 정치인은 '스타'의 힘과 이미지를 자신에게 덧씌우고 싶어 한다. 정치만 그런 건 아닐 것이다. 오랫동안 야구를 취재했던 동아일보 장환수 기자는 다음과 같이 썼다.

"김성근은 자신의 고집이 소통의 다른 면이란 사실을 세월을 통해 증명하면서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강의를 듣는 이들이 오랜 고통 속에 얻은 소통의 가치는 경시한 채 왠지 멋있어 보이고 손쉬운 불통 쪽에 더 무게를 두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

김성근 감독은 뛰어난 리더다. 그가 있어야 할 곳은 그라운드와 덕아웃이다. 하지만 김성근이라는 이름은 다른 분야에서 너무 자주 호출되고 있다. 어느새 너무 커져 버린 이름이다. 그가 한국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긍정적이면서, 동시에 부정적일 수 있다.

키워드 / 태그 : 야구, 김성근, 리더쉽, 김호기, 장환수,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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