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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과 천재적 개인의 대결? 김성근 이야기
프로야구 최고 화제의 인물 김성근. SK와이번스에서 노출했던 성공의 역설. 재벌 기업이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는 근본적 목적은 무엇일까? 시스템과 영속성의 가치와 탁월한 개인은 충돌하는 가? ‘천재’의 유효기간은 언제까지 인가?
최민규(didofidomk@gmail.com)
민주노동당과 청와대, SK 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를 취재했다. “야구는 평균이 지배하는 경기”라는 말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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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프로야구에서 단연 최대 화제 인물은 김성근 한화 감독이다. 그가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최근 6년 동안 다섯 번 최하위였다. 하지만 올 시즌엔 5할 승률 이상을 유지하며 순항하고 있다.

 

연속 우승과 충돌한 구단의 장기계획

김 감독의 최고 전성기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SK 와이번스 감독 시절이었다.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랐고, 세 번 우승했다. 페넌트레이스 1위도 세 번 기록했다. 해태 타이거즈, 현대 유니콘스를 잇는 프로야구 세 번째 ‘왕조’. 하지만 김 감독과 SK는 2011년 시즌 도중 결별한다. 과정은 아름답지 않았다. 그 해 8월 17일 김 감독은 재계약 논의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재계약 거부’를 선언한다. 구단은 다음날 그의 경질을 발표했다.

김 감독이 가장 불쾌감을 느꼈다고 뒷날 토로한 부분이 있다. 구단 고위 관계자가 재계약에 대해 ‘야구 후배’의 양해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 ‘후배’는 당시 2군 감독이자 그의 후임이 되는 이만수였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원래 SK 구단은 2007년 김 감독과 2년 계약을 하며 메이저리그에서 오래 코치로 활동했던 이만수를 같이 영입했다. 신영철 SK 사장의 당시 구상은 이랬다. '선수 육성에 정평이 있는 김 감독이 팀을 만든 뒤 후임 이만수 감독이 뒤를 잇는다. SK 와이번스를 성적 못지않게 팬 친화적이며,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는 구단으로 만들고 싶다'

이 구상은 2년 동안 SK가 연속 우승을 하면서 틀어졌다. 그리고 김 감독과 3년 재계약을 했다. 2011년은 그 3년 재계약의 마지막 해였다.

재계약에 대한 미온적인 반응을 접한 뒤 김성근 감독이 느꼈을 배신감은 이해할 만하다. 자신의 성과가 무시당하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야구단 운영을 통해 모기업이 얻고자 하는 것들

이런 심정은 재일동포 선배 감독인 김영덕이 훨씬 오래 전 느낀 적이 있다. 김영덕은 선수 은퇴 뒤 1970년대 실업야구 명문인 한일은행 감독을 맡았다. 그가 감독 재임 중 당대 최고 스타이던 김응용이 은퇴를 선언했다. 김영덕은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어차피 후임은 김응용이라고 생각해 미련을 접고 사표를 제출했다. 그런데 행장이 화를 내더라. ‘지금 주력 선수들이 군에 입대했는데 그만 두면 어떡하나. 그 선수들 돌아올 때까지는 당신이 감독을 맡아줘야 한다’고 했다. 김응용이 성적을 낼 수 있을 때까지는 궂은일을 하라는 얘기였다.”

2011년 김 감독과 틀어지기 한참 전부터 SK 구단은 여러 경로를 통해 감독 재계약에 대한 의견을 수집했다. 이에 응했던 한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구단과 모기업의 입장은 이랬다. ‘우리가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는 이유는 수익 추구가 아니라 모기업 이미지 제고다. 그런데 김성근의 야구로는 오히려 이미지가 깎인다’. 젊은 선수가 아닌 노장 감독이 스타가 되는 스타일도 불만이었다”.

김 감독 뿐 아니라 이런 입장에 좌절감을 느낄 야구계 종사자와 팬은 많다. 하지만 한국 프로야구는 아직 모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과거에 비해 마케팅이 강조되고, 구장 환경도 좋아졌다. 그럼에도 모기업 지원 없이 운영을 할 수 있는 구단은 거의 없다. 모기업에겐 ‘돈을 쓰는’ 이유가 중요하다. 글로벌한 시장과 정보통신이라는 주력 업종을 갖고 있는 SK에게 6, 70년대식 땀내 나는 이미지, 타 구단 팬의 ‘공적’이 되는 상황은 부담스러웠다. 2002년 LG도 그랬다. 당시 김 감독은 팀을 한국시리즈에 진출시키고도 재계약에 실패했다. 이유도 거의 같았다.

김 감독은 ‘구단주들은 나를 좋아했다. 중간에 있는 사장과 단장이 문제였다“는 말을 가끔 한다. 하지만 구단주들도 그의 야구와 구단 운영 방식을 좋아하지 않았다는 게 사실에 가깝다. SK는 구단주 동의 아래 ’감독이 달라져도 유지되는 SK식 야구 매뉴얼‘를 준비해왔다.

 

미국과 일본 사이의 한국야구

이 지점에선 개별적인 갈등을 넘는 맥락이 있다. ‘모기업 이미지’를 떠나서라도 구단이나 모기업은 시스템화된 프로야구단 운영을 선호한다. 스카우트, 전력분석, 선수육성, 마케팅 등 여러 분야에서 전문 역량이 축적되고 그 결과가 성적으로 발현되는 방식이 옳다고 여긴다. 감독의 역량이란 존재하겠지만, 한 명에게 너무 의존하고 좌우되는 조직은 이런 관점에선 시대착오적이다. 그런데, ‘야구는 감독이 한다’는 게 김성근 감독의 모토다.

다소 도식화하자면 한국 프로야구는 미국 야구와 일본 야구의 잡종이다. 일본은 ‘감독 야구’다. 프런트는 감독을 보좌하는 역할이다. 반면 미국 프로야구는 프런트 중심이다. 감독은 ‘필드’라는 영역의 매니저일 뿐이다. 한국 야구는 1980년대 프로 출범 이후 꾸준히 미국식 야구를 접해왔다. 많은 구단 프런트 종사자들은 미국식 구단 운영을 모범으로 여기고 있다.

천재적인 개인이 이끄는 조직과 시스템에 의한 조직. 어느 쪽이 우월할까. 김성근 시절 SK의 위대한 성적에는 감독 뿐 아니라 선수, 프런트 등 여러 분야의 노력이 들어가 있다. 예산 지원도 많았다. 하지만 감독 대 시스템으로 대결 구도가 생겨버렸다면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2011년 당시 기자의 판단은 ‘시스템이 천재 한 명을 이기지 못했다“였다.

 

 

시스템과 운영자 중 누구 손을 들어줘야 하나

아마 장기적으론 시스템이 이길 것이다. 하지만 시스템도 결국 사람은 만든다. 담당자에게 전문 지식과 정보, 관리자에게 운영 능력, 리더에게 철학과 인내심이 떨어진다면 아무리 좋은 설계도로 만든 시스템도 의미가 없다. 그리고 쉽게 잊혀질 것이다.

김용희 현 SK 감독은 1990년 중반 30대 나이로 롯데 감독이 된 뒤 한국에 ‘시스템화된 효율적인 야구’를 접목시키고 싶어했다. IMF 사태가 터지기도 전이었다. 그 시도는 실패했다. 그는 뒷날 “여건이 되지 않았고, 구단과 모기업도 싫어했다”고 털어놨다.

그리고 한국 프로야구는 아직 김성근이라는 ‘천재’가 무언가를 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긴,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정당들도 그랬던 것 같으니 야구 탓만 할 일은 아니다. 아니다. 김성근이 이끄는 구단은 실적이라도 냈지, 정당들은 그렇지도 못했으니 정당이 훨씬 더 못한가 보다.

키워드 / 태그 : 야구, 김성근, 한화이글스,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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